손님의 기쁨이 그들의 행복

문중식씨
선생님과 서점사장 '이중생활'
먼저 다가가 "무슨 책 찾으세요"

중앙여자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문중식(53세·도남동)씨는 수업을 마치고 달려가는 곳이 있다. 도내 최대 서점으로 알려진 ‘탐라도서’가 바로 그곳이다. 중학교 교사이면서 탐라도서의 대표도 함께 맡고 있다. 문씨의 이중생활은 1998년부터 시작돼 벌써 10년이 넘었다.

탐라도서는 1969년 동일서점으로 출발해 1982년 시청 인근으로 확장·이전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된다. 문씨가 이 서점을 맡게 된것은 창업자와의 인연때문이다. 1995년쯤 문씨의 아내는 탐라도서 인근에 작은 슈퍼를 열었다. 아내는 여름이면 옥수수를 삶아서 팔았는데 문씨도 일을 거들었다.

수업을 마치면 가계로 달려와 가계앞 거리에서 열심히 옥수수 껍질을 벗겼다. 이 모습을 본 탐라도서 전 대표는 “선생님께서 길에서 이런일을 하는게 창피하지 않으시냐”고 물었다. 이에 문씨는 “열심히 일하는데 왜 창피하냐”며 “오히려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단다.

이런 문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것일까. 은퇴를 고민하던 전 대표는 탐라도서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오던 1998년 문씨에게 운영을 맡아달라는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씨는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30여명의 직원의 생계를 내가 책임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중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항상 즐겁게 일했다. 손님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책을 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탐라도서의 곳곳에 놓은 의자는 그 결실이다.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보라고 배려한 것이다.

또 매장을 둘러보다 서성이는 손님을 발견하면 먼저 다가가 “무슨 책을 찾냐”고 말을 건낸다. 문씨는 “한 곳에서 계속해서 기웃거리는 손님은 원하는 책이 못찾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매장으로 찾아간 그날 문씨에게 처음 들었던 말로 “무슨 책을 찾으세요?”였다.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서점이 위기를 겪고 있다. 문씨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서점도 이제 노력과 도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안파는게 없어요. 그렇다고 모든 오프라인 상점이 없어지지는 않잖아요. 서점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서점 주인들의 노력이 더 중요하죠. 제주도 서점이 대부분 35평 정도인데 규모를 넓이고 손님이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몇년 후에는 지금 근무하는 직원들 중 한명에게 운영권을 물려줄 생각이다. 그때까지 탐라도서가 계속해서 도민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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