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무엇을 위한 보호누각인가?…①화재 위험에 노출된 문화재

 

  ▲ 지난 1일 <제주도민일보>가 논란의 중심 삼광사 목조불상 보호누각을 다녀왔다.

▲ 보호누각은 '단청'을 제외한 공사가 마무리 된 상태였다.

지난 1일 오전 11시. 스산한 늦겨울 비를 맞으면서 제주시 월평동 삼광사를 향했다.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때문인지 경내는 인적 없이 사뭇 고요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제법 큰 규모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
 
지난달 제주경실련이 특혜 의혹을 제기한 도지정문화재 제25호 목조보살좌상의 ‘보호누각’이다.
 
‘향적전’이라는 이 보호누각은 내부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건물 외벽에 단청을 입히지 않아 회백색의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 보호누각 1층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광경. 식탁과 취사시설, 배식시설이 갖춰져있다.
 
  ▲ 2층 초입. 일정이 적힌 화이트보드와 휴지통 등 사무용품이 보인다.
 
보호누각 1층 입구. 불이 훤히 켜지고 인기척이 느껴졌다. 건물 입구를 통해 들어서면 바로 나오는 장소는 다름 아닌 식당이다.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업소용 취사시설과 식탁, 오늘의 메뉴를 적은 화이트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2층으로 향했다. 2층 현관에는 사무용품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문이 닫힌 교육·전시실과 수장고 입구가 보였다. 수장고를 보니 정수기 1대와 앉은뱅이 식탁이 보였다.
 
삼광사의 목조보살좌상은 도지정문화재 제25호다. 복장에서 발견된 발원문에 1671년(현종 12년·순치 28년) 조선 후기 조각장인 응혜(應慧)와 계찬(戒贊)에 의해 아미타삼본불의 협시보살로 조성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때문에 17세기 불상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중요한 문화재를 보관하는 곳에 왜 불을 다루는 취사시설이 있을까?
 
  ▲ 삼광사 보호누각 '향적전' 외벽.
 
향적전은 지상 2층 규모, 연면적 889.7㎡로 건립됐다. 용도는 종교시설이다. 철근콘크리트와 벽돌, 나무로 지어지고 있다. 총 예산 8억 원으로 제주도민의 혈세 4억 원이 지원되고 있다. 중요한 문화재의 보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면을 보면 삼광사 보호누각 1층 평면도에는 관리실과 휴게실1·2, 교육관1·2, 다용도실, 창고, 화장실, 탕비실이 전부다.
 
탕비실이 있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탕비실은 취사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만 간단히 차를 준비하기 위한 곳일 뿐이다.
 
당초 용도가 문화재를 보호하는 ‘보호누각’임을 감안하면 간단한 다과가 아닌 취사시설을 들어선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조리용 화기는 업소에서 사용하는 가스시설이다.
 
  ▲ 삼광사 문화재 보호누각 1층 식당 맞은편 모습.
 
이에 제주시 관계자는 “(사찰에서) 신청 당시에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누각이었다. 그런데 여러 용도로 쓰이고 있더라”며 “보조금으로는 불상 보호시설을 만들고 자부담으로 다른 부분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도민들에게 문화재를 홍보하기 위해 교육도 받고 차라도 먹을 수 있는 휴게실이 있어야하기에 탕비시설을 만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휴게실은 1층에 2개, 2층에 1개나 있다. 시 관계자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탕비시설이 화기를 다루는 취사시설로 둔갑, 문화재 보호라는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었다. /제주도민일보 이은혜 기자

  ▲ 삼광사 보호누각 2층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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