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일의 영화판이야기

지난주는 매우 뜻있는 한 주였다. 매년 이맘때 진행돼 오던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 수련대회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배우협회라고도 불리는 이 단체는 작년 말 ‘한국영화 1주 1편 보기 1000만 명 서명캠페인’을 통해 유명해졌다. 현재 이덕화씨가 이사장으로 있다. 매년 열리는 행사였지만 그 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함께하게 됐다. 3박4일간의 수련회를 통해 그 동안 얼굴보기 힘들었던 원로 배우들과 현역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하고 친목을 다지는 뜻 깊은 자리였다.

1942년에 영화계에 입문하신 지금 89세의 선배님부터, 현역배우로 뛰고 있는 많은 젊은 배우들까지 100여명이 충무로에 모여 버스로 이동하니 마치 대작(大作)영화 로케이션(야외촬영)을 가는 기분이 들었다.
열악한 협회환경과 지원부족에도 불구하고 부족함 없는 협회의 준비 덕에 재미있는 한때를 보내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먼저 너무도 아쉬운 것이 같이 활동하던 동료들이 많이 참석을 하지 않은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지병이나 거동이 불편하여 참석 못한 분들이 많아 안타까웠다. 한때는 은막을 주름잡던 그 많은 배우들이 하나둘 잊혀져 가고 사라져 가는 기분이 들어 씁쓸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왔다. 건강을 지켜야 활동을 할 수 있고, 그래야 가정 경제도 굴러갈 것이고, 또 대중들에게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현업에 있는 중 장년층 배우들이나 젊은 배우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본인스케줄이나 여러 가지 사정때문일 수도 있지만 조금은 인간미가 떨어져가고 있는 영화 판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선배님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후배 배우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전우’라는 드라마로 한창 활동을 하고 있는 이덕화 이사장이 촬영 중간에 짬을 내어 현장에 들러 같이 대화를 나누던 중 선배 영화인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모습을 보여 많은 동료들의 환호를 받기도 하였다. 많은 박수를 받은 그의 말 중에 “많은 사람들은 영화인들을 가리켜 스타라고 합니다. 별이라는 것이 하늘에 떠 있을 때 반짝거리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벅차게 감동을 주지만 그 빛나는 별들 사이로 같이 떠 있는 수많은 별들과 함께 할 때 더욱 빛나고 더욱 돋보이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영화인들 하나하나가 그 빛의 크기와 밝기는 다르지만 모두 하나가 되어 저 밤하늘을 비추는 은하수의 구성원임을 잊지 말고 같이 노력하여 별똥별처럼 도중에 낙오되거나 한 순간의 실수로 그 빛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어렵게 얻은 스타라는 닉네임은 자신의 소중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과 함께 할 때 이 시대를 넘어 다음세대에까지 영원한 스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수련대회 기간과 겹치는 섭외요청을 거절하고 참가한 행사이고 그렇게 하기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참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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