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재선정을 추진하되, 안되면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하겠다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결단에 대해 이젠 국방부와 해군이 진정성있게 화답할 차례다. 제주도 역시 중재자 역할에 머물러선 안된다.

서울행정법원의 실시계획 승인 무효판결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제안을 해군기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기회로 삼는 주체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하리라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난 2007년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 승인 조건은 해군기지가 아닌 민군복합형 기항지였다.

크루즈선박이 이용하는 민항이 기본이고, 해군이나 해경이 필요할때 정박해 주유나 물자를 구입하고 휴식을 취할수 있는 ‘정거장’을 만들라고 했음에도 국방부와 해군이 일방적으로 해군기지로 밀어붙여왔음을 부인해선 안된다.

우근민 도정이 먼저 고민해야 할것은 항공기로 2시간 이내 거리에 인구 500만명이상의 대도시가 18개나 있는 국제자유도시이자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 과연 최첨단 이지스함을 포함한 대규모 기동전단의 모항인 해군기지를 건설하는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열강의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 끼어든다는 건 국가안보를 오히려 위협하고 주변국과의 교류협력에도 장애 요인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해군이 내세우는 남방해역 교통로 보호에 그렇게 엄청난 전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게 과연 효율적인지, 기항지가 아닌 해군기지를 고집하는 건 ‘대양해군’에 대한 지나친 욕심때문은 아닌지 ‘우근민 도정’이 국방부·해군과 단단히 따져봐야 할 중요한 문제다.

천안암 사태에 따른 현 전력 증강의 시급성 등 여건의 변화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따져볼 기회라고 본다.

‘무늬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니라 제주 해양관광의 메카가 될 미항을 건설하고 해군·해경이 필요할때 이용함은 물론 외국군함들의 평화적 방문도 허용함으로써 평화의섬에 걸맞는 국제항구를 만들면 왜 안되는지, 국방부·해군에 진지한 성찰을 요구해야 한다.

해군기지인지, 명실상부한 관광미항인지부터 명확히 하고 최적지를 선택해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국책사업이라는 명색에 맞게 일을 풀어가는 수순이다.

‘도민의 아버지로서 주민들이 아픔을 어루만져 주길 믿는다’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제안에는 이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고 본다. 주민들의 결단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임을 강조하며, 제주도와 국방부·해군 등 관련당국의 진지한 성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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