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체계의 구축은 단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공공의료의 수준을 어디까지 할것이며, 그에 필요한 의사인력과 운영 효율성의 확보 등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실행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7일 열린 공공의료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된 서귀포의료원의 문제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상교수와 전문의·간호사 등 다양한 전문인력이 팀을 꾸려 공동으로 진료하는 ‘다학적 진료팀’ 운영을 통해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잘나가는’ 병원들과는 달리 서귀포의료원의 의료진과 진료시스템 운영이 1980년대와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3년 임기제 원장의 리더십 부재와 계약직 전문의들의 소속감 결여, 고질적인 노사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 5월기준 331억4800만원에 이르는 만성적자와 72억1700만원에 이르는 부채 등 만성적인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2001년까지 전국 최고수준의 운영실적을 자랑하다 산천단으로 옮긴 이후 지난해말까지 318억2700만원의 누적적자와 30억4200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제주의료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864억원에 이르는 BTL사업으로 서귀포의료원을 신축하고, 제주의료원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는 대신 제주대병원에 매각했던 옛 자리에 다시 병원을 설립하려면 막대한 재정부담은 물론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제주도는 이제 공공의료체계 구축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산남 지역에 변변한 종합병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서귀포의료원이나 제주의료원의 의료수준을 3차 진료기관 수준에 맞춘다는건 환자 수요나 의사 및 인건비 확보 등의 측면을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제주대학병원과의 연계성과 시설·장비 중복투자 등의 문제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공공의료 수준과 진료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걸맞는 시설·장비와 더불어 도립의료원 의사 직제 신설 등을 통해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적절한 예산지원과 관리를 통해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공공의료체계 구축은 의욕과 욕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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