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용 물티슈’까지 구비된 산뜻한 게스트하우스

▲ 제주 조천읍 북촌리 해안가에 위치한 '북촌하늘금 게스트하우스'.

제주 조천읍 북촌리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잔잔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간 길의 끝에는 마치 신기루처럼 하얀 집 한 채가 우두커니 서있다. 바로 ‘북촌하늘금 게스트하우스’다.

정원에 들어서자 인상 좋은 두 남녀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제주의 매력에 젖어 아예 눌러 앉게 됐다는 이미경씨(44)와 조평운씨(51). 이들은 언뜻 보기에 ‘부부’로 보이지만 그저 ‘같은 취향을 가진 이웃사촌’일 뿐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사진 찍길 좋아하는 평운씨가 제주의 풍경을 담기 위해 입도하던 날,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이 바로 미경씨다. 돌담 너머로 이사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미경씨에게 ‘커피 마시고 싶으면 놀러 와라’고 말을 건네면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됐다.

커피와 여행, 제주를 좋아하는 이 둘은 서서히 그들을 가로막고 있던 돌담을 허물기에 이르렀고 이듬해 가을에는 쌓여있던 돌과 나무에 ‘북촌하늘금’이라는 생명을 불어넣었다.

▲ 북촌하늘금 게스트하우스 입구. 평운씨는 제주 바다에서 주은 돌과 소라, 나뭇가지로 팻말을 만들었다.

그렇게 지난 9월 ‘북촌하늘금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객실은 4인실과 6인실 단 두 개 뿐이다. 만실이 된다 해도 손님이 고작 10명에 불과하며 세탁과 아침밥도 무료라 ‘뭐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러다 금방 망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하자 미경씨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보다 단 한 명의 여행자라도 제 집처럼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면서 “돈 욕심이 있었다면 이런 외진 곳에 차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동안 올레길과 한라산을 돌아다니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여행자들을 위한 왕국’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미경씨의 작지만 큰 바람이다.

▲ 북촌하늘금 객실은 4인실과 6인실 단 두 개 뿐이다. 객실 창문 너머로는 돌담과 푸른 잎들이 보인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편하게 머물다 갈 곳이 마땅치 않더라구요. 주변 풍경이 좋으면 시설이 별로고, 시설이 좋으면 풍경이 별로거나 혹은 매우 비싸죠. 사실 여기도 펜션이나 호텔처럼 시설이 매우 좋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방문자들이 쾌적함을 느낄만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풍경을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아내는 평운씨는 게스트하우스만 보고도 북촌리의 평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치고 꾸몄다. 평운씨는 ‘빛에 씻긴 섬’이라고 불리우는 그리스 산토리니의 산뜻한 느낌을 가져 오고 싶었다고 한다.

▲ 평운씨는 "그리스의 산토리니의 산뜻한 느낌을 제주스럽게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물 내부를 꾸미는 건 미경씨의 몫이었다. 미경씨는 ‘겉뿐만 아니라 안에도 깨끗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여기저기 손을 보고 쓸고 닦았다. ‘예쁘다’는 칭찬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손 봐야 할 곳이 여러 군데라며 손사레를 치는 미경씨. 식탁에 앉으면 보이는 풍경이 그가 얼마나 세심하게 가구를 배치했는 지를 증명했다. 푸른 잎은 돌담을 감싸고, 그 뒤로는 하늘과 바다가 경계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모자가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엄마를 따라 온 어린 남자아이는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면서 돌담 한 구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따듯한 정을 나누고 떠난 며칠 뒤, 아이의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장님, 유한킴벌리에서 ‘마이비데존 쟁탈전’을 하는데 1등을 하면 ‘화장실용 물티슈’를 9박스나 준데요. 있는 동안 좋은 기운을 얻고 가서 내가 뭐 해줄 거 없나 생각하다 ‘북촌하늘금’ 이름으로 이 캠페인에 참여했어요. 잘했죠?”

미경씨는 생각지도 못한 참가 소식에 당황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야만 뽑힐 수 있다는데 이제 막 문을 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에서 였다. 하지만 이내 곧 앞으로 올 손님들이 좀 더 청결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한 번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 게스트하우스 화장실에는 화장지와 함께 사용후 변기에 버릴 수 있는 물티슈도 구비돼 있다.

“비데를 설치하기는 비용 문제도 있고, 많은 손님들이 사용하다보니 위생문제도 걸리더라구요. 그런데 마이비데는 화장실용 물티슈라 사용하고 바로 변기에 버려도 되니 비용이나 위생문제에서는 걸릴게 없더라구요. 손님들이 하루를 묵더라도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도전하게 됐어요”

미경씨의 열정 덕분인지, 짧은 인연을 깊이 챙겨준 손님 덕분인지 결국 ‘북촌하늘금’은 5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마이비데 쟁탈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 게스트하우스의 청결함을 알릴 수 있도록 입구에는 '마이비데존 1호'라는 알림판이 붙어있다.

평운씨는 “우리집에 마이비데존이 설치됐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현관문에 알림판도 붙여놨다”면서 “덕분에 여행자들이 좀 더 믿고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내년 1월경에는 핸드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도 오픈할 예정이다. 여행자들에게 그들이 내린 맛있는 커피를 선보이고 싶어서다. 여행자들을 위한 쾌적한 왕국 ‘북촌하늘금’에서 미경씨와 평운씨의 따듯한 마음을 느껴보는 게 어떨까.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