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면 상천리 산록도로 북쪽 해발 600m지역 황폐화

개발 아닌 임산물 채취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공급

[현장 취재] ‘개념없는’ 채석장 허가

백통신원 리조트를 비롯한 중산간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라산 턱밑 해발 600m 중산간지역에서 대규모 토석채취가 이뤄지면서 사업허가를 내준 제주도정의 ‘무개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3-1에 자리잡은 B산업의 채석장은 지난 2012년 3월 전체 임야 31만2264㎡ 가운데 8만4029㎡에 대해 오는 2017년 3월까지 사업허가가 이뤄졌다. 이곳은 도내 채석장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 환경의 ‘마지노선’이나 다름없는 산록도로 북쪽 해발 550~635m 지역으로 한라산 코 앞이다.

환경문제를 이유로 롯데 제2관광단지 사업시행 승인을 거부했던 제주도가 환경·경관 파괴 우려가 더 큰 채석장 사업을 허가한 배경과 과정에 의혹이 쏠리는 이유다.

  ▲ B산업 채석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지환 기자.

1. 환경 마지노선 무너뜨린 채석장

문제의 채석장은 산록도로 북쪽에 있는 서귀포 광역쓰레기매립장에서 길을 따라 500여m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동남쪽에 녹하지악,서남쪽에 모라리오름,북쪽으로는 백록담이 있는 초지로 전형적인 중산간지역의 풍광을 보여주며,근처에 서남쪽으로 내려가는 예래천 발원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B산업은 지난 2007년부터 이 사업을 준비해왔으며,사업장 진입로 문제로 2년여에 걸친 행정소송 끝에 승소하고 사전환경성검토와 산지관리위원회 심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업허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3월 채석장 사업허가가 이뤄지고 준비작업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천공기와 로우더,굴삭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본격적으로 토석 채취작업을 벌이면서 한라산 턱밑 해발 600m 지역 중산간지역 한복판이 훼손되고 있다.

  ▲ 채석장 진입로. 작업과정에서 나온 토사가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김지환 기자.

특히 이 지역은 토층이 두터워 45m 깊이까지 파들어가 토석을 채취하면서 마치 깊은 계곡을 방불케한다. 계획대로 오는 2017년까지 토석채취가 이뤄질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토석채취가 끝난후 나무를 심는 등 복구한다지만,수려한 중산간의 모습을 되찾기는 불가능하다.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이 사업을 허가한 이유로 제주해군기지와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 등으로 인한 도내 골재부족 현상을 내세운다.

실제로 이곳에서 채취된 돌은 제주해군기지 공사장에 공급되고 있다.7년째 국민적 갈등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제주해군기지가 천혜의 환경의 보고인 중산간지역 파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산록도로 북쪽에 채석장을 허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관광개발이 아닌 임산물 채취’라는게 행정당국의 답변이다.중산간의 가치와 환경·경관에 대한 ‘무개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1년전에 이뤄진 다른 채석장 사업을 짜깁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전환경성검토도 별 문제없이 넘어갔다.

제주도 산지관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공무원 위원까지 이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1차 보류 후에 2차심의에서 통과됐다.

  ▲ B산업 채석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지환 기자.

이곳에 일단 손을 댄 만큼 추후 채석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게다가 이곳과 유사한 지역에 채석장 사업허가 신청이 들어올 경우 형평성 문제를 감안하면 불허할 명분도 약해졌다.

때문에 제주 환경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산록도록 북쪽 중산간지역이 관광개발에 이어 채석장으로 몸살을 앓게 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이 요구하는 일정 해발고도 이상 중산간지역 개발 불허를 위한 법규 마련과 생태·경관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한 이용방안 마련 등에는 손을 놓고 천혜의 생태환경을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동조하고 있는 것이 제주도정의 현 주소다. /제주도민일보 오석준·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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