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익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도지사에 의해 임명되는 행정시장은 대체적으로 공직자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해 왔다. 그런 외길 공직 탓인지 임기 내내 고정적 형식을 중시한 채 거창한 계획수립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가면서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열을 올렸다.

지난 민선 5기 출범과 때를 맞추어 서귀포시에서는 민간인 출신이 시장에 취임했다. 민주화투사, 가난 속에서 일군 사법고시생 등 숱한 화제와는 별도로 40대 젊은 수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잖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항간의 우려와는 달리 곳곳에서 작은 변화의 바람이 잔잔하지만 큰 파도처럼 일렁거리고 있다. 여태 타성과 관성에만 젖어있던 공직사회에서는 미쳐 느껴보지 못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첫째, '집중 근무제'가 우선 돋보인다. 근무시간 중에는 불필요한 출장을 최대한 자제, 집중적으로 일을 하고 정시에 퇴근한다는 이 제도는 자기계발·일에 대한 욕구충족 효과와 불필요한 청사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일거양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회의문화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토론할 주제도 없으면서 매일 벌이고 있는 티타임 회의를 완전히 버리고 회의일정도 확 줄었다.

셋째, 공직자 임용장 수여문화의 새바람도 아니 거론할 수 없다. 직급별로 대표자가 임용장을 전수받고 나머지는 악수만을 나누는 형식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앞으로 공직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나 공직사회 전체가 잔뜩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작은 변화가 공직사회 전체에 퍼져 파장을 일으키려면 민선단체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 나아가야 한다. 공정한 인사, 공직내부의 뿌리박힌 부정부패 추방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아갈 때 만이 공직 내부의 큰 변화로 이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