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윈 윈’… ‘나홀로’ 불통·불신의 늪으로
맹목적 안보 논리 제주 미래비전·가치 무개념

[진단] 우근민 도정 3년

민선 2기 지사 시절 여성단체장 성추행 전력으로 민주당에서 퇴출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우근민 도정에 대한 도민들의 선택은 전임 김태환 도정의 극심한 ‘불통’의 그늘을 걷어내고 도민사회와 제대로 소통해 ‘제주의 길’을 바르게 열어나가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윈 윈 해법’은 온데간데없이 정부·해군편에서 일방통행하는 제주해군기지를 비롯해 육상풍력지구 지정과 애월항 LNG인수기지 부지 매립공사 밀어주기 시도 등 끊이지 않는 특혜 의혹 등으로 불통과 불신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 실현도 구호뿐이고 300억원에 이르는 예산과 코흘리개 아이들의 주머니까지 털어 탕진한 세계7대자연경관 등 ‘개념이 없는’ 간판행정속에 제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더 깊어지고 있다.

▲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2. 갈등·불신의 진원,제주해군기지

[제주도민일보 오석준 기자] 우근민 제주 지사는 지난 1일 민선 5기 도정 출범 3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제주해군기지 크루즈 입출항 시뮬레이션 검증과 3월 민군복합항 항만공동사용 협정 체결 등을 통해 군항중심으로 운영될것이라는 우려가 말끔히 해소됐다고 했다.

이와함께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제주도,강정마을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설치해 갈등 해소 논의가 이뤄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확인된 설계오류…‘법 위에’ 국방부·해군

돌제부두를 없애고 해군함정이 5척만 정박한 조건에서 시행된 해군기지 시뮬레이션 검증의 결론은 크루즈선의 안전성도,첨단 이지스함을 비롯한 20여척의 기동전단의 모항 기능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설계오류의 심각성이 재확인됐다는 것이다.

돌제부두가 있으면 15만t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이 불가능해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돌제부두를 없애더라도 크루즈선 2척이 접안하면 해군함정은 5척밖에 계류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

때문에 제주해군기지가 박근혜 대통령과 제주도가 주장하는대로 실질적인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의 기능을 하려면 공사를 중단하고 오류가 확인된 설계를 바로잡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국방부와 해군은 크루즈선 입항 가능성 철저한 검증 등 부대조건을 70일 이내에 이행해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하라는 국회의 올해 예산 승인 부대조건을 무시하고 ‘외상공사’라는 초법적인 방법으로 공사 강행에만 몰두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입법조사처가 연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강행되는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국방부와 해군의 안하무인적 행태는 거침이 없었다. 지금도 오탁방지막이 훼손된 상태에서 해상공사를 강행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밥먹듯 위반하며 강정주민들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항로 변경에 따른 실측데이터를 적용하지 않은 졸속적인 시뮬레이션 시현과 생물권보전지역 등 자연환경 훼손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및 문화재현상변경 필요성,핵항공모함 선회기준인 520m를 적용해 15만t급 크루즈선의 적정기준 690m에 크게 못미치는 선회장 등의 문제들도 철저히 무시됐다.

해군본부는 해군기지 크루즈 시뮬레이션 검증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서측 돌제부두 조정을 위한 실시계획 변경 등을 이행하겠다고 했지만,돌제부두를 비롯한 설계변경 내용과 크루즈선의 안전성 확보 방안,실시계획 변경시 불가피한 공사중단 문제 등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고,제주도는 사실상 무관심한 실정이다.

▲ 지난 2일 열린 불법공사 감시활동 평화활동가 연행 규탄 기자회견.

‘철학’이 없는 도정…등돌린 주민

제주도는 지난해 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 처분 청문에서 고정식 돌제부두를 가변식으로 바꾸는 것은 실시계획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상 공사정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듯 하며 시간만 질질 끌어왔다.

우 지사는 2011년 9월과 지난해 3월 구럼비 바위 발파때 육지경찰을 비롯한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돼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무지막지한 공권력에 유린될때마다 해외출장이다 뭐다하며 밖으로 나돌면서 도민들의 안전과 제주도의 자존도 지키지 못했다.

게다가 제주도의회나 제주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협의도 없이 해군기지 크루즈 시뮬레이션 검증 결과를 덜컥 수용하는 ‘나홀로’ 불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약속을 내팽개친데 대한 한마디 사과도 없이,강정마을에 제안도 하지 않고 정부와 제주도,강정마을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해군기지가 제주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뇌가 없이 정부·해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철학’의 빈곤이다.

15만t급 크루즈선이 드나드는 해군기지 건설로 국가안보를 충족하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정부 지원을 얻어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윈 윈’ 해법은 삶의 터전과 환경과 생명,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더욱이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중국간 패권경쟁과 중국-일본간 영토분쟁 등 동북아시아 신냉전 구도의 한복판에 놓인 대한민국과 제주의 미래를 위한 국가적인 ‘포지셔닝’과 항공기로 2시간이내 거리에 인구 500만명이상 도시가 18개나 있는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평화· 생태·환경을 기반으로 세계평화의 섬,국제환경수도를 지향하는 제주의 미래비전과 직결된다. 정부·해군이 해군기지 건설 명분으로 내세우는 제주남방해역 해양안보 수호,해양 수송로 보호,탐색구조활동 등은 제주해양경찰청 신설,화순항 해경 전용부두 건설과 제주항 해경전용부두 확장,최신예 경비정 ‘대극 6호’ 서귀포항 배치 등을 통해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도,영해도 아닌 수중암초 이어도 수호를 비롯한 해양안보와 해상교통로 보호, 해양자원 확보 등은 기본적으로 해양경찰의 업무이거나 외교적 협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맹목적인 ‘국가안보’ 논리로 ‘무늬만’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인 제주해군기지 강행을 통해 제주와 대한민국을 동북아 신냉전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철저한 ‘불통’으로 생태환경과 민주적 가치들을 외면하면서 국민적 갈등과 불신을 초래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의 요인인 것이다.

여기에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통해 평화와 인권,환경과 생명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강정마을을 세계 평화생태마을로 가꾸는 진정한 ‘윈 윈 해법’에 귀를 닫고 정부가 지정선포한 세계 평화의섬 제주에 무지막지한 공권력을 동원해 강행되는 해군기지에서 제2의 4.3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우 도정의 3년 성적표’다.

해군기지를 비롯한 극심한 ‘불통’으로 주민소환투표까지 갔던 전임 김태환 도정에 대한 도민사회 반발에 힘입어 출범한 우 도정이 ‘불통의 벽’을 쌓은채 주민들과 대치하는 현실 역시 우 도정이 자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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