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근로자 등 폭로…항만 설계파고 축소도

▲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저지 전국대책회의는 30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 방파제 설계와 케이슨 부실 시공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도민일보 오석준 기자]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투입되는 케이슨이 부실 시공됐다는 현장 근로자의 증언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저지 전국대책회의는 30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 방파제 설계와 케이슨 부실 시공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물산이 해군기지 제1공구 방파제 골격으로 사용될 8000t급 케이슨을 제작하는 안덕면 화순항 현장 근로자 유윤선씨도 참석해 부실시공 의혹을 폭로했다.
 
공사현장 근무경력 30년로 지난 4월부터 삼성물산 하청업체인 D건설사 직원으로 케이슨 제작에 참여했던 유씨는 제작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당해 증거 확보를 위해 사진 촬영을 했으며 지난 9월말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유씨는 최근 다른 근로자 3명과 강정마을회를 방문해 부실공사 행태에 대해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해군과 시공사가 해군기지 공사를 앞당기기 위해 통상 15일이 걸리는 케이슨 제작을 일주일 가량 단축하면서 부실시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슨은 여러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데 각 방마다 2개 이상씩 케이슨의 기둥역할을 하는 50여개의 H형 철제 빔들이 있는 부분에 철근을 설치하지 않도록 설계가 돼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또 철근간 간격이 20cm로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50cm간격으로 설치됐고,직원들이 지나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을 철근으로 채우지 않아 태풍때 콘크리트에 가장 먼저 균열이 생기는 부분이 됐다는 주장이다.
 
공정을 앞당기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지연제를 넣는 횟수와 양을 줄인 것도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긴 원인이라는 것이 유씨의 설명이다.
 
유씨는 "6개월간 근무하는 동안 감리가 공사장 내부에 들어와서 점검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며 "감리는 매일 한번씩 와서 케이슨 콘크리트 사각 밖에서 한바퀴 훑어볼뿐 케이슨 안쪽의 철근과 콘크리트 시공은 전혀 볼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제작한 케이슨은 지난 8월말 태풍 볼라벤때 7기가 모두 파손돼 다시 제작되고 있다.
 
강정마을회 등은 "현장 근로자를 통해 케이슨 제작 부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정부는 관련책임자를 처벌하고 국회는 2013년 예산을 전면 삭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해군기지 항만 설계파고 축소 문제도 제기했다.
 
셜계파고는 항만공사를 결정할 때 방파제의 강도, 항구정온도, 계류 안전성 등을 예측하기 위한 주요변수로 20년 이상 관측된 파고 중 가장 강한 파고를 기준으로 하는 게 관례이고,우리나라의 모든 군항은 설계파를 하나로 정해 그 기준에 맞게 내파와 월파 방지능력을 갖추도록 설계됐다는 것.
 
그런데 제주해군기지만 구간별 설계파를 정해 태풍 ‘볼라벤’때 최대파고 13.7m 보다 작게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볼라벤’때 케이슨들이 파괴된 서방파제 A구간 설계파가 8m,동방파제 설계파고는 A구간 6.5m, B구간 5.4m에 불과하다.
 
이에대해 강정마을회 등은 “공사비 과다 발생을 우려해 설계파고를 줄여서 설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1월 작성된 해군본부 제주해군기지 기본계획보고서 ‘외곽시설 계획’에는 ‘평면배치계획상 남방파제는 단면 계획시 시공성과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며 특히, 항만공사비의 약 60~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돼 시공성, 안정성과 더불어 경제성이 우선적으로 고려가 돼야 한다’고 돼 있다.
 
한편 제주출신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도 해군기지 부실 시공에 대한 내부고발 자료를 공개하고 “태풍 볼라벤에 의해 케이슨 7기가 파손된 것은 우연이 아니며 부실노동을 묵인, 방조했던 삼성물산이 자초한 필연적 결과였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강정에선 해군기지 공정율을 높여 국회 예산 승인을 유리하게 받기 위해 24시간 쉼없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마을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공사장 앞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며 “이런 부실공사가 여러 노동자들을 죽게 만들었던 4대강 사업의 말미와 무엇이 다르냐”고 질타했다.
 
장 의원은 화순항에 떠있는 케이슨 비파괴검사와 태풍 등으로 손상된 케이슨에 대한 파괴검사를 언론인 입회하에 현장에서 실행, 부실공사가 이뤄졌다면 기술관리법에 따라 삼성물산과 감리단의 영업취소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