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의료생협' 첫 의원 서사라에 둥지
주민들이 직접 출자해 만든, 내 ‘주치의’ 같은 의원

지난해 서사라에 본부를 둔 ‘제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임성호)’이 출범했다. 한의원은 제주의료생협이 조합원들이 힘으로 세운 첫 의원이다. 문정임 기자 

[제주도민일보 문정임 기자] 병원이라고 하면, 흔히 개인 병·의원이나 의료법인 만든 거대한 종합병원만을 연상하기 쉽지만, 주민들이 출자해 주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의료생협을 통해서다. 

‘의료생활소비자협동조합’은 의료나 건강 등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과 의료인이 협력해 만든 조직이다.
 
일반 병·의원이 공급자(의료인) 중심이라면, 의료생협은 보다 생활밀착적이며 환자중심적이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과다한 약물처방이나 시술을 적용하지 않고, 굳이 같은 효과의 비싼 약을 권하지 않으며, 친절하다.

또, 내 가족의 병력을 비교적 잘 알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만 활용하면 ‘나만의 주치의’를 가까이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충분한 면담시간없이 기계적으로 결과를 처방받는 현재의 진료방식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호응이 좋다. 육지부에서는 1994년 안성을 시작으로 인천·안산·서울·대전·원주·울산 등 국내 여러 지역에 이미 의료생협이 구성됐다.

문정임 기자
제주에도 지난해 의료생협이 출범했다. 서사라에 본부를 둔 ‘제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임성호)’이 그것이다. 제주도 1호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익적 의료 활동과 환자 중심의 주치의 서비스를 목적으로 지난해 말 첫 생협병원 ‘아우름 한의원’의 문을 열기도 했다.

당시 힘을 보탠 조합원은 300여명, 조합원들의 출자금은 의료기기와 시설을 구입하는 밑 자산이 됐다. 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조합원들이 진료를 받을 경우, 이곳에서는 한약 등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액의 20%를 할인해준다.

의료생협은 공익사업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일반 병·의원과 차이가 있다. 진료 사각지대의 이웃을 무료로 돕는 활동이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건강증진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실제 타 지역의 사례를 보면,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의료생협은 7~8월 방학을 맞아 성장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척추측만증 무료검진을 시행했다. 

지난 1994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안성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여전히 주민 대상의 건강교육과 건강검진, 건강 생활습관 보급운동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소모임 형태로 댄스, 마음공부 모임, 건강체조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

최근 대통령상을 수상한 대전 민들레의료생협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실천해 온 대표적인 조직이다.

2002년 설립된 민들레의료생협은 의원과 한의원·치과 등을 갖추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02~2010년에는 매주마다 거리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고혈압·당뇨 등 대사증후군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등 지역의 보건예방활동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의료생협 역시 차후 조직기반을 갖추는대로 다양한 의료 공익 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외곽지에 사는 노인과 장애인이 주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 출범 8개월여. 제주의료생협은 이번 추석이 지나면 조직내에 세부 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생협 관계자는 “도내에 의료생협이 한 곳 더 있지만 여전히 의료생협은 시민들에게 생소해 인식을 공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생협 의원을 일단 방문한 사람들로부터는 호응이 크다. 소비자 밀착형 의료 활동을 기대해달라”고 포부를 전했다.

제주의료생협 조합원은 현재 400여명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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