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이면 서귀포를 비롯한 제주시 외곽으로, 퇴근시간이면 반대방향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행렬은 이미 익숙한 풍경입니다. 그 행렬은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제주도 인구 56만7913명 가운데 72.9%인 41만4116명이 이른바 산북지역(옛 제주시+북제주군)에, 특히 옛 북제주군을 뺀 제주시지역에만 56.2%인 31만8962명이 몰려 산다고 합니다. 제주시가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얘깁니다.

물론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토해양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국토면적의 16.6%인 1만7000여㎢의 도시지역에 전체인구의 90.8%인 4500여만명이 산다고 하지요.

1960년대만해도 도시인구 비율이 39%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더욱이 통계청은 내년에는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인구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50.1%, 2030년이면 54.1%에 이르게 된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에 눌린 지역균형발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작게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시에 사람이 몰리는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정치·경제에서부터 교육·사회·문화 등 모든 것의 중심이기 때문이겠지요. 일과 사람, 돈이 있는 곳으로 몰리는 현실에 기득권세력의 탐욕이 더해지면 지역균형발전은 한낱 선거용 구호로 전락할수 밖에 없음은 익히 경험해온 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시절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느꼈던 분노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과문한탓인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게 ‘관습법’이라는 것인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부처이전이 대폭 축소된 행정중심복합도시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정안이다 뭐다 흔들어대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서야 마지못해 원안대로 간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수도로서 서울의 경쟁력’이니 어쩌니하는 소리는 가진것을 하나도 내놓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이런 기득권세력에게 제주며 한적한 시골은 휴가나 은퇴후의 안락한 노년을 위한 쉼터일 뿐입니다.

웰빙시대니, 지역이 경쟁력이니 뭐니하지만 정치권력과 돈, 아이들 교육과 취업 등 현실 문제에 부닥치면 결국은 서울만 맴맴 돕니다. 제주도라는 작은 이땅에서도 제주시로만 사람이 몰리는 것도 같은 이치이겠지요.

자원·기회 ‘편파적’ 배분을

서귀포시 현 직위에서 근무한지 1년이 넘은 5급이하 공무원 144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제주시에서 근무하고 싶답니다. 62명은 도 본청, 다른 62명은 제주시 근무를 희망했다지요. 제주시에 살면서 서귀포시로 출·퇴근하는데 따른 불편도 있겠지만, 도 본청이나 제주시가 승진이나 ‘좋은’ 자리로 가는데 유리하다는 생각이 더 클것입니다. 그런것이 사실이기도 하구요.

서귀포시 근무를 희망한 144명 가운데 102명은 본청, 읍·면·동은 42명에 불과한 것도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읍·면·동으로 가는 건 좌천이거나 시장의 ‘눈밖에 낫기때문’이라는 생각과 주민과 가장 가까이서 하는 일이 ‘허드렛일’이라는 발상 때문입니다.

이런 발상법을 깨려면, 읍·면·동에서 일정기간 이상 제대로 일한 공무원들에게 승진·전보 등에서 최우선권을 주고, 도와 행정시의 권한을 넘겨줘서 ‘힘’을 몰아주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일할 맛이 나게 하는 겁니다.

제주사회 통합의 걸림돌이 될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산남·북 균형발전, 특히 제주시 쏠림을 막을 방법도 자원의 ‘편파적인’ 배분이라고 봅니다. 제주신공항을 비롯한 인프라와 물산업 클러스터 등 신성장동력 산업, 명문학교 육성 등 일과 사람, 돈이 몰릴수 있는 시설과 산업을 산남에 몰아주자는 얘깁니다. 당장은 편파적이라도 결국은 제주도와 제주시도 같이 사는 길이라면 지나친 망상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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