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 오석준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신문 가운데 하나인 〈르몽드(Le Monde)〉 창간인 위베르 베브메리(Hubert Beuve Mery)의 얘기라고 합니다. 지난 1944년 프랑스가 독일 치하에서 해방되던 어려운 시기에 창간한 〈르몽드〉가 그리 오래지 않은 기간에 권위있는 신문으로 자리잡은데는 이러한 철칙과 정치·경제적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주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신문·방송·통신사 등 언론사에도 뉴스 보도원칙이라는게 있지요. 정확성과 객관성, 공정성·균형성 같은 것들입니다. 보도내용이 정확하고 진실이어야 하며, 선입견이나 편견이 개입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공정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뉴스의 밑천인 사실(fact)과 이를 토대로 한 진실찾기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팩트’의 사전적 의미는 시간상·공간상 실재하는 것으로 발견되는 존재 또는 사건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환상이나 허구, 가능성이 아닌 실재적인 것이지요. 진실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이나 왜곡·은폐·착오가 없는 사실입니다. 이는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관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해서 100% 완벽한 진실보도는 불가능한 것이고, 최대한 진실에 근접할때 진실보도라고 말할수 있겠지요.

25년차 기자로 몇번은 뒤집어진 강산을 ‘글쟁이’로 살아온 저도 사실 확인과 진실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다를바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보도자료와 취재원, 인터넷을 비롯한 드넓은 ‘정보의 바다’에는 왜곡·조작되거나 특정 목적을 지닌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권력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개인·집단 등에 의해 감춰지고 왜곡되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치장된 ‘사실’들, 상투적인 생각이나 편견으로 ‘필요한 진실’만을 좇는 것도 진실을 먹고사는 기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가림막입니다.

대통령과 정부 각료, 유력 정치인, 도지사 등 이른바 ‘끗발’있는 사람들의 발언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여과없이 사실이나 진실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SNS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됩니다. 만일 그 발언이 허위라면 국민들에게 미칠 악영향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울만큼 엄청나겠지요. 특히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상시 허용되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유력인’들의 발언을 보도하는 기자와 언론사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검증없는 ‘받아쓰기’와 무책임한 선정주의적 보도 행태가 판을 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에선 지난 2008년부터 팩트체킹(Fact Checking)이 저널리즘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 등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가진 여론주도층 인사들의 발언을 심층 분석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지요. 그 가운데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운영하는 ‘팩트 체크’와 지역신문사인 〈탬파베이타임스〉의 ‘폴리티팩트’, 〈워싱턴포스트〉의 ‘팩트 체커 블로그’가 팩트체킹의 3대 강자로 꼽힌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때 만들어진 〈탬파베이타임스〉의 ‘폴리티팩트’는 지난 2009년 정치분야 퓰리쳐상을 수상할만큼 ‘대세’로 자리매김했다고 하지요.

‘폴리티팩트’에는 ‘진실측정기(True -O-Meter)라는게 있습니다. 유력인의 발언에 대해 진실에서부터 대체로 진실-절반의 진실-대체로 거짓-거짓-새빨간 거짓말 등 6등급으로 나눠 판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보면 뉴스로 다룰만한 가치가 있는 팩트체킹 대상이 선정되면 전담기자가 정확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정확한 기사를 쓰고, 전담편집자의 확인과정을 거쳐 판정해 진실측정기로 점수를 매겨 발표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누적 결과로는 진실이 18%, 대체로 진실 17%, 절반의 진실 22%, 대체로 거짓 14%, 거짓 20%, 새빨간 거짓말이 9%라고 합니다.

이 신문사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 수행과 발언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오바마미터(Obameter)’도 별도로 운영한다지요.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세우면서도 ‘받아쓰기’나 입맛에 맞게 재가공하는데 여념이 없는 국내 언론들과는 차원이 다른 얘깁니다.

도지사를 비롯해 제주에서 ‘잘나간다’는 인사들은 얼마나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요. 지역언론사들은, 아니 우리 신문은 제대로 ‘체크’하고 있을까 챙겨보니 부끄럽고 민망해집니다. 지역신문에 대해서, ‘기자질’에 대해서 성찰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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