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우근민 도정’은 해군기지 문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부·해군에 요구한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 시뮬레이션 재현 검증은 감감무소식이고 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 중지명령을 위한 청문이 끝난지 두달이 넘도록 손을 놓고 시간만 끌고 있으니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 아닐수 없다.
지난 20일 강정마을회가 우 지사에게 해군기지 공사중지 청원을 제출한 것도 특단의 해결책을 기대해서가 아니라고 본다.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우 지사의 속내라도 제대로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불신과 ‘불통’의 이유
강정마을회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우 지사의 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은 의심을 받고 있는지 이미 오래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물론 정부·해군에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 ‘윈 윈 해법’만 노래하는 동안 해군기지 공사는 강행되고 반대 주민·활동가 등에 대한 연행과 사법처리가 계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우 지사가 정치적 유·불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적당한 시기에 해군기지 공사 중지명령 절차를 철회하거나 12월 대통령선거 국면에 묻어가려 한다고 강정마을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추행 전력 문제로 사실상 민주당에서 쫒겨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우여곡절에도 해군기지 문제를 비롯한 전임 김태환 도정의 ‘불통’에 대한 도민적 반발에 힘입어 ‘컴백’한 우 도정이 이처러 불신을 받는 중요한 이유도 ‘불통’이다.

정부·해군이 육지경찰을 비롯한 대규모 공권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면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주민·평화활동가들에게 욕설·폭행을 일삼고 범법자로 몰아 연행·구속하는 등 인권탄압으로 ‘제2의 4·3’에 대한 걱정이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눈을 감은 것도 그러하다.

전임도정때 이뤄진 입지선정과 추진절차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밥먹듯 이뤄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이행과 사실상 ‘무용지물(無用之物)’인 오탁방지막을 비롯해 공사과정에서 이뤄진 온갖 불·탈법적 행태에도 변변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해군기지 문제를 보는 우 도정의 시각과 해법도 강정마을 주민들과는 간극이 너무 크다. 제주의 미래에 대한 철학의 빈곤이자 제주도지방정부와 도민들의 자존에 대한 의식의 실종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환경과 생명,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와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아시아 공동 평화·번영을 논의하는 제주포럼이 열리는 세계 평화의 섬이고, 오는 9월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등 세계평화·환경의 ‘메카’ 제주에 해군기지가 합당하냐는 당연한 물음이다.

이지스구축함을 비롯한 기동전단과 잠수함전대의 모항이자 미국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드나드는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제주가 동아시아 패권경쟁에 휘말려 긴장의 전초기지가 될것임은 부인할수 없다고 본다. 최근 한반도 문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미국의 원로기자 도널드 커크(Donald Kirk)가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직접적으로 결부돼 ‘공격을 끌어들이는 자석’ 될것”이라고 밝혔듯이, 국내·외 석학·전문가들이 해군기지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해온지 오래다.

제주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명확하고 납득할만한 해명은 하지않고 막연히 국가안보만을 내세우며 해군기지 주변지역발전계획 정부지원으로 ‘돈’을 얻어내겠다는 ‘윈 윈 해법’으로는 ‘답’이 안나온다. 우 도정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도민들간 소통이 막히고 해군기지 문제가 꼬여만 가는 이유다.

눈치보기· 시간끌기 ‘그만’
우 도정이 해야 할 일은 정부·해군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끄는게 아니라 해군기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무늬만’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사실은 이미 확연히 드러났는데 크루즈선 시뮬레이션 검증이나 ‘윈 윈 해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해군기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고 지역국회의원과 도의회, 사회각계와 강정마을 주민 등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해 제주의 미래를 위한 제대로된 해법을 찾고 정부와 담판을 통해 관철시켜 제주도와 도민들의 자존을 지키는 강단있는 도정을 도민들은 원한다.

끝내 못하겠다면 정부·해군에 질질끌려다니는 이유라도 속시원하게 도민들에게 밝혀길 거듭 촉구한다. ‘표’를 준 도민들에게 솔직하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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