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공사장 오탁방지막이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드러났다고 한다. 설계기준에 맞지도 않게 대충 설치해놓고 1년넘게 불법적인 공사를 강행하면서 주변 환경을 훼손해온 것이다.

강정마을회 등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영상과 사진 등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밝힌 해군기지 공사장 오탁방지막 실태는 기가 막히다. 기준에 맞지 않는데다 막체가 찢어지고 일부는 돗자리처럼 말아올려 묶어놓아 쓸모가 없다.

게다가 오탁방지막에 주름이나 굴곡이 지지 않게 하단에 설치해야 스틸체인과 부착생물 억제장치도 없어 조류에 흩날리고 해조류들이 달라붙어 주변이 해조류 양식장을 방불케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수면위에는 그럴싸하게 부표를 연결해 놓았지만, 수면 아래 오탁방지막은 무용지물인채 해양쓰레기처럼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과 규정을 지키는데는 관심이 없고 공사 속도를 올리는데만 혈안이 된 해군의 ‘무개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탁방지막은 사석 투하나 박지·준설공사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유물질로 주변 해역 어장과 연산호군락 등 보호구역, 자연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드시 설치하도록 환경영향평가서에도 명시돼 있다.

오탁방지막과 같은 최소한의 시설도 엉터리로 해놓고 공사를 했으니 해군기지 공사장 코앞에 있는 천연기념물 연산호군락과 생물권보전지역인 범섬 해역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됐을 것임은 ‘안봐도 비디오’다. 그럼에도 해군은 법과 절차를 지키고 환경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변하면서 경찰 공권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을 억압하고 있다.

여기엔 제주도의 책임도 크다. 지난해 10월 해군에 오탁방지막을 규정대로 설치하라는 행정지시를 내린후 제대로 이행했는지 한번이라도 점검을 했다면 이지경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엉터리로 설치된 오탁방지막은 환경영향평가법·문화재보호법 등 관련법을 명백하게 어긴 것인 만큼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근거가 없다는 ‘우근민 도정’의 주장은 명분이 없게 됐다. 때문에 당장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고 연산호군락을 비롯한 주변해역의 환경훼손 실태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하다.

정부·해군이 거부하는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 시뮬레이션 재현 검증에 매달려 공사 중지명령을 위한 청문이 끝난지 2개월이 넘도록 손을 놓고 있는 ‘우 도정’의 행보는 ‘윈 윈 해법’이 아니라 제주도지방정부와 도민들의 자존을 포기한 눈치보기일 뿐이다. ‘우 도정’의 행보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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