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집중

미국·유럽·아프리카 등 서구권 관광객 유치 한계

복합 엔터테인먼트 지구 조성·현지인 서비스 마인드 강화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제주도가 올해 관광객 ‘1000만’ 시대 개막을 기대하고 있다.

올 초 제주도가 ‘연간 관광객 1000만’을 목표로 잡은 배경에는 유네스코 자연환경 분야 3관왕(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 생물권 보존지역 지정)과 7대 자연경관 타이틀로 보다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지난해 관광객 수는 총 874만여명으로, 전년도(2010년, 757만8301명) 대비 15%가량 늘어났다. 제주도는 당초 유치목표였던 820만명에서 6.6%를 초과달성한 성과를 세우며,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연간 관광객 1000만(내국인 850만명, 외국인 15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올 들어 현재까지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400여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는 90만명이 제주를 방문, 한 달 단위 최다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제주도는 이 같은 추세라면 1000만명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 ‘1000만’이 순수 관광객이라면 그 의미는 남다르다. 제주 지역 총생산에서 80%에 가까운 제주관광산업의 성장은 곧, 제주의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0만’이 장밋빛 계획에 부풀려진, 내재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 단순한 숫자에 그친다면 ‘허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 해도, 곪은 상처는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연간 관광객 ‘1000만’, 그 숫자에 가려진 ‘허’와 '실‘을 짚어야 할 때다.

△ 왜 ‘1000만’인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연간 1000만 관광객’은 꿈의 숫자였다. 그리고 염원이었다. 우근민 제주도정이 출범과 함께 관광객 유치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제주가 이렇듯, 매해 관광객 수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는 데는 제주지역의 산업구조 특성이 한 몫 한다.

제주의 기반산업으로서 관광산업은, 제주경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제주발전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지역 관광산업은 ‘타산업의 성장’까지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광업계는 물론 기타 업계들도 하나같이 “제주의 경제발전과 관광산업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연간 관광객이 1000만은 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 외국인 관광객을 잡아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내국인’ 관광객에 의존적인 제주관광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다. 때문에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여는데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예전과 달리 매해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로는 그 차이가 뚜렷하다. 2006년 46만 360명이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2007년에는 10만여명이 증가한 54만1274명이 제주를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 인바운드 시장도 차츰 활성화 됐다.

2008년에는 고유가 및 직항노선의 폐지 등으로 전년 대비 0.1%가 감소한 54만516명이 제주를 방문했지만 이후로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이는 지속됐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 내도 관광객은 전년도 77만7000명에서 34.6%가 증가한 104만5582만명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만 집중돼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 서구권 관광객 유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스의 작은 섬들에 미국, 아시아 가릴 것 없이 관광객이 몰려드는 ‘방법’을 먼저 터득해야 특정 지역과 특정 관광객에 ‘의존적’이지 않은 제주의 관광산업이 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제주 관광, 변해야 산다
제주도의 천혜의 자연자원 우수성은 이미 입증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관광객은 ‘관광지’로써의 제주를 방문한다. ‘자연의 제주, 제주다운 제주’를 품은 매력이 아직은 충분히 발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대안으로 스토리텔링이 꾸준히 제시돼 왔다. 영국의 인기소설 ‘해리포터’의 경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성공하자 해리포터 촬영지인 스코틀랜드의 ‘앤닉섬’은 이제 전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전에는 지역 관광객을 모으는 정도에 그쳤던 섬인데 말이다. 이게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이제 관광은, 좀 더 고차원적이다. 단순히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그 매력이 오래가지 못한다. 이야기가 담긴 관광은 요즘 그래서 많은 나라와 지역이 우선하는 관광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만8000 신의 섬 제주는 그런 면에서 유리하다. 곳곳의 마을에는 저마다 ‘신의 이야기’가 숨어져 있다. 자원은 이미 충분하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주목을 끌만한 ‘스토리텔링’은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나마 ‘제주 올레’가 있어 제주관광의 판도가 바뀌었다. 이젠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잡은 ‘올레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곳곳에 제주의 역사, 문화, 삶이 배어 있다.

올레길이 개설된 2007년 9월부터 그 해 말까지 300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은 2008년 3만명, 2009년 25만명, 2010년 78만7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109만명이 방문하면서 막대한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제주 올레는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는 제주가 가진 자원의 하나일 뿐”이라며 “제주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약점도 강점으로 전환하려는 발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이 제주관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

△ 제주 관광이 나아갈 방향
제주 관광이 안고 있는 한계 중의 하나는 집객력을 높이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집객력을 강화시키는 시설 개발과 자원의 연계를 통해 신규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방법 중 하나로 문화예술, 쇼핑, 공연, 오락이 복합돼 있는 국제적 수준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지구를 조성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캐나다의 웨스트 에드먼톤 몰의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로 백화점이 3개, 놀이동산, 영화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세계적인 제주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관광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랜드마크다. 파리의 에펠탑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이 제주에도 뛰어난 자연유산들이 있다.

홍보와 시설의 규모가 부족한 것이 현 제주의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강력한 제주 랜드마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일 시설의 개념으로서만이 아닌 몇몇 주요 시설을 연계한 복합군으로서의 개념으로 추진된다면 제주 관광은 더욱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주 관광은 양적 성장과는 달리 해결해 나가야 할 적지 않은 과제 또한 안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접근성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숙박시설, 편의시설, 먹을거리, 교통, 특색 없는 기념품 등의 관광인프라의 뒷받침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세계로 통하려면 외지인들에 대한 배타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관광산업도 인적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관광만족의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용역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제주를 떠나는 15세 이상 내국인 관광객 56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70% 이상이 재방문객이며, 개별 관광객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소비자의 만족도 증가는 곧 제주관광객 재방문율을 상승시키고, 이는 제주관광 경쟁력 강화로 직결된다. 제주도는 지금의 모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의 제주여행 수요 창출과 함께 끊임없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제주 관광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자료 - 제주발전연구원 (제주지역 관광산업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 최근 관광산업 트렌드 변화와 제주관광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논문)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