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오는 14일 개회되는 임시회에 한국공항 지하수 이용 변경(취수량 증량) 동의안을 상정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도내 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의안 부결처리를 요구했고, 한국공항도 해명자료를 통해 반박하면서 지하수 증산 의지를 보이는 양상이다.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문제는 지난해 3월 지하수 취수량을 1일 100t·월 3000t에서 1일 300t·월 9000t으로 늘리는 계획이 제주도지하수심의위원회에서 통과돼 도의회에 상정됐지만 부결됐고, 지난해 10월엔 1일 200t·월 6000t으로 변경 신청했지만 도지하수심의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4월 한국공항이 1일 200t·월 6000t을 다시 신청해 도지하수심의위를 통과해 도의회로 넘어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문제는 도의회가 지난달 임시회에서 상정을 보류하고 고민을 거듭할만큼 ‘뜨거운 감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면밀하고 합리적인 검토를 거쳐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고 지역사회의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도의회의 역할일 것이다.

지하수 공수화 붕괴 ?
논란의 해법은 문제의 핵심에서 찾아야 나온다. 때문에 사기업인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증산을 위한 지하수 취수량 증량이 제주도 지하수 관리정책의 근간인 공수화(公水化) 개념을 법리적·실질적으로 흔드는 것이냐, 아니냐를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공항의 증산 요청이 사실상 지하수 이용변경이 아닌 신규허가로,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외에는 먹는샘물을 개발할수 없도록 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984년 허가를 받은 한국공항의 기득권을 인정, 현재 취수량을 유지한채 먹는샘물을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증산은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허용할 경우 다른 사기업의 먹는샘물 시장 진출에 빌미가 돼 지하수 사유화의 시발점이 되고 지하수 공수화의 근간이 무너지게 된다는 걱정이다. 다른 사기업의 먹는샘물 사업을 막을 경우 소송이 제기되면 패소할 가능성이 높고 한미FTA에 포함된 투자자-국가간 소송 및 다국적기업에도 노출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제주상공회의소를 비롯해 현실론을 내세운 찬성측의 입장도 일면 타당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법에 의해 기득권을 인정받은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량이 지하수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필요한 양 만큼 이용권을 주는 공수화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을 허용할 경우 다른 사기업에도 먹는샘물 사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법에 대한 과잉해석이며, 먹는샘물 판매를 기내와 계열사로 제한한 부관에 대한 소송에서 제주도가 최종 패소한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지하수 증산은 허용하되 이익 환원 등을 통해 지역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고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시점에서 도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국공항 먹는샘물 증산이 제주도 지하수 관리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냐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통한 면밀한 판단을 토대로 도민들이 납득할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시민사회단체와 도·한국공항 등의 참여하에 공청회를 여는 등 공론화를 통해 도민사회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본다. 어찌됐든 도의회가 이 문제를 회피해선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도-한진그룹 ‘빅딜’을
이번에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 동의안이 어떻게 처리되든 이 문제는 계속 논란거리로 남게 될것이다. 때문에 차제에 도가 한국공항 모기업인 한진그룹과 ‘빅딜’을 타진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안한대로 한국공항 먹는샘물 공장을 도개발공사가 인수하는 대신 대한항공 기내와 계열사 등에 필요한 물량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공급해주는 것이다. 대신에 삼다수 물류나 개발사업 등 협력 가능한 부분에서 한국공항이나 한진그룹에 일정부분 혜택을 줌으로써 논란의 씨앗을 없애자는 것이다.

한국공항에서 먹는샘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함을 감안할때 이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 도가 한진그룹과 ‘통 큰’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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