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문권 / 천주교 제주교구 신부

▲ 현문권

님비현상(NIMBY syndrome)과 핌피현상(PIMFY syndrome) 현상이란 자기 지역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뜻은 정반대이다.

원자력 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매립장, 화장장 등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유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와의 갈등, 즉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Not in my back yard)’는 지역이기주의를 님비(NIMBY)현상이라 한다.

이에 반해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내 앞마당에(Please in my front yard)’ 꼭 유치하겠다는 일종의 지역이기주의 현상을 핌피현상이라 한다.

님비현상의 예는 부안 핵폐기장 건설 반대, 삼척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밀양 핵발전소 송전탑 건설 반대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좁게는 제주지역에서도 강정해군기지 문제, 오등동과 사라봉지역 장례식장 건설 반대, 건입동 LPG 저장시설 설치반대, 유수암리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시설 반대, 제주시 쓰레기 매립지 건설문제, 서귀포시 건축폐기물 중간처리시설과 서부하수종말처리장 시설 확대 문제 등이 그것이다.

핌피현상의 예는 동남권 국제공항 건설에서 밀양과 가덕도, 부산과 대구지역 주민들 사이의 갈등, 과학벨트 선정과 관련해 충청권과 영남권 그리고 호남권이 유치문제로 갈등, 고속철도역 건설문제, 호남 고속 국도 건설을 둘러싼 갈등 등이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신공항 건설계획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청원, 과학영농연구시설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한림읍과 애월읍의 갈등, 서부경찰서 후보지 결정을 놓고는 한림읍과 애월읍 그리고 제주시 서부지역의 유치경쟁, 한경면사무소 건립을 놓고 한경면 신창리와 두모리가 경쟁을 벌여 결국은 두 마을 경계선을 중심으로 건물을 지었는가 하면 구좌읍사무소도 세화리와 평대리 경계선 위에 신축됐다.

강정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보수언론들은 님비현상으로 낙인을 찍는 경우가 많다. 과연 님비현상이라고 해서 부정적이고, 공권력을 통한 강경진압의 대상일까? 사실 님비현상도 무작정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생존권과 자존감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마땅히 반대를 해야 할 것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승적인 차원에서 군비축소와 평화의 문제, 절대보존지역을 지키려는 환경문제는 물론 주민들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무시하고 장소선정에 있어서도 절차적인 부당성을 지닌 군사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님비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기보호를 위한 정당방위적 행동일 뿐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평화와 환경운동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님비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청회 등을 통한 주민의 의견수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외부 효과와 이에 대한 보상, 유치 희망 지역의 정확한 조사, 환경 영양 평가 등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강정해군기지 건설에 있어서는 시사프로그램 ‘KBS 추적60분’에서 다루었듯이 지역주민들의 의견무시와 대화 단절, 유관기관들의 일방적인 해군 편들기, 보상을 통한 주민회유, 유치 희망 지역에 대한 조작, 환경부와 문화재청 등이 국방부에 예속된 부실한 평가, 공권력에 의한 일방적 강제진압, 행정 절차의 문제점과 밀실행정, 날치기 통과, 건설과정에서의 불법적 공사, 의사전달 체계의 부재, 당국의 조정능력미비 등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강정마을회는 대화를 원하고 정부와 지방정부, 국방부와 해군은 강경진압으로 대화를 단절하고 있다. 행정기관, 특히 국방부와 해군이라 하더라도 주민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힘들지만 끝까지 주민들과 대화하고 절충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소통의 시간으로만 님비와 핌피의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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