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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전형과 교사의 역할[칼럼] 강봉수 /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 강봉수

지난주에 스승의 날이 있었다. 그 날 제주에선 30여개 정도의 학교가 휴교를 했다고 전한다. 언론들은 존경받지 못하는 교사들의 처지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하고, 학생들은 교사보다 학원강사에게 더 많은 선물을 한다고 한다. 교사들의 직업만족도가 매년 떨어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특히 보수단체와 언론들은 교사에 대한 존경과 직업만족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학생인권조례 이후에 생겨난 생활지도의 어려움이라고 진단했다.

마치 교사에 대한 존경과 직업만족도가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히 떨어진 것처럼 여기는 보수단체의 진단에 나는 도저히 찬성할 수가 없다. 군사부일체를 운위하던 시절이야 종말을 고한지 오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선 교사에 대한 존경과 직업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여긴다. 교사로서의 자존과 자긍심을 가지고 묵묵히 후학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격 전형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그들의 자존을 꺾고 직업만족도를 떨어지게 만드는 원인은 정부당국의 교육정책에 있다.

인격 전형은 삶의 세계에서 선을 실행하도록 하는 가장 효과적인 자극제이고 발전과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근원이라고 셀러(Max Scheler)는 말한다. 한 인간이 선한 존재로 되는 것은 지식이나 규범을 따르는 것보다 하나의 전형을 따를 때이다. 이론적인 지식이나 추상적인 규범이 하지 못하는 것을 구체적인 전형은 종종할 수 있다.

전형은 인간을 변화시키고 그로 하여금 그의 부정적인 본성의 경향을 극복하고 더 높고 더 이상적인 자아실현을 도와준다. 이처럼 인격 전형은 추종자를 낳고 추종자들의 인간적 성숙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전형을 추종한다는 것은, 전형자가 의욕하고 행동하는 것을 그대로 배우는 모방이나 복종이라기보다는, 인격의 전형자가 의욕하고 행동했던 것처럼 의욕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그것은 전형이 보여주는 인격의 가치내용에 대한 진실한 헌신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바로 인격 전형의 역할을 하며 또 해야 한다. 아이들은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의욕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어떤 아이가 국어공부를 좋아한다면 정말 국어가 좋아서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국어교사의 인격 전형을 추종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특정 교사의 인격 전형을 추종하면 심지어 그 선생님의 글씨체까지 본받게 되는 경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따듯한 한마디의 충고가 그 아이의 학교생활을 바꿔놓고 졸업 후까지도 인생의 좌표로 삼는 경우를 흔히 만나게 된다. 우리학교에는 아직도 이처럼 아이들에게 전형으로 다가서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여긴다.

우리교사들은 오히려 학교 밖으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학교 안에서 받는 상처도 그 원인을 따져보면 사실 학교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시험의 노예가 된 아이들을 보며 교사들은 안타까워하지만 교육당국의 정책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 내 아이들을 더 좋은 상급학교에 보내기 위해 그들을 다그쳐야만 하는 현실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민주시민의 길을 전형으로 보여주다가 사정당국의 철퇴라는 벽을 만나 좌절하고 만다.

어쩌다 학교폭력이라도 일어나면 그것의 진실을 드러내고 교육적인 처방을 하려다가 도리어 생활지도능력이 없는 이로 낙인찍히고 학교 명예라는 허울 좋은 구실로 쉬쉬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절망을 한다. 학원보다 못한 학교라며 내 아이의 교육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식의 학부모를 만날 때면 모멸감을 느낀다. 경쟁만능의 교육시스템을 방조하는 교육당국과 학벌사회를 당연시 여기는 우리사회가 바로 교사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어려운 교육현실에서도 인격 전형으로 묵묵히 최선의 역할을 다하고 계시는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경의를 표한다. 오늘날 교사에 대한 존경과 직업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학생인권조례 때문도 아니고 선생님들의 탓만은 더욱 아니다. 모두에게 행복한 가르침과 배움의 교학(敎學)놀이가 펼쳐질 수 있는 학교공동체의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강봉수  bingwoo@ch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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