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수 <아열대수산연구센터장>

예년보다 제주도 앞 바다의 갈치잡이 어선들의 불빛 수가 적다. 갈치가 많이 잡혀 어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야 하는 데 걱정이 앞선다.

‘갈치’라는 이름은 칼처럼 생긴 물고기라는 데서 유래했다. 신라시대에는 칼을 ‘갈’로 불렀다는 점에서 그 시대에 이미 이름이 붙여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명은 머리카락과 같은 꼬리를 가졌다 해서 보편적으로 ‘헤어테일 hair tail’이라고 한다. 갈치는 주로 5~8월에 산란을 하는데 주 산란기는 7월이다. 산란장은 우리나라 남서해안과 바롄~중국의 온주만의 대륙연안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은 바다 물이 온도가 18~20℃일 때 이루어지며, 산란을 할 수 있는 성숙체장은 25.7cm전후(두동장:주둥이 끝에서 항문까지의 길이)로 알려지고 있다.
 

이빨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고기


갈치가 서식하는데 적합한 수온은 7~25℃로서 비교적 광온성 어류에 속한다. 서식수층 역시 5~140m 전후이다. 식성은 육식성으로 멸치, 참조기, 보구치, 오징어류, 전갱이, 단각류 등이고 정어리, 민어류, 오징어, 새우 따위를 좋아한다. 껍질이 단단한 것은 절대 먹지 않아 이빨을 가장 소중히 하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갈치의 식성 때문에 여러가지 재미있는 속담들이 많다. 제주도에서는 갈치의 강력한 이빨과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먹고, 육식성이며, 야간에 활동을 하는 습성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속담이 더 많은데, 실제로 갈치는 먹이가 부족하던가 환경이 부적합 할 때는 자기의 동족, 새끼까지도 잡아먹는다.

사실, 제주도 앞바다에서 가을철 밤에 불을 환하게 비추며 갈치를 모아놓고 낚시질을 할 때 그 미끼는 갈치의 육을 사용한다. 과거 제주도의 선인들은 갈치의 맛에 감탄하면서도 갈치의 습성을 몹시도를 싫어하여 “갈치가 갈치 꼴랭이도 쫄라 먹는다”라는 유명한 속담을 만들었다.

이 속담은 “갈치가 갈치 (자기 동족 또는 새끼)의 꼬리도 잘라 먹는다” 뜻으로 어제의 동료가 언젠가는 배신을 하여 동료를 못 되게 하는 것을 강하게 경계하는 말이다. 
 

다시 갈치를 제주 바다로


대중적인 생선인 만큼 갈치에 얽힌 속담도 많다.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는 속담은 친한 사이에 서로를 모함한다는 뜻이고,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부르지 않는 날씬한 배를 보고 ‘갈치 배’라고 부르고,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모로 자는 잠을 ‘갈치 잠(칼 잠)’이라 한다.

갈치는 제주도에서 서민식품의 한가지로 대표적 위치를 차지하여 왔다. 구이와 찌개, 국 등 다양한 형태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인 갈치는 우리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산물 중의 한 가지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에서는 가을철 잘 익은 호박을 썰어 넣은 갈치 국, 무를 크게 썰어 넣은 갈치찌게, 인심 좋은 할머니가 갈치의 몸통을 크게 토막내어 소금을 막 뿌려 구은 갈치구이, 갈치 내장 등을 이용한 갈치 젓갈 등이 예로 부터 전통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이제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어왔던 ‘갈치’를 어떻게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앞으로 계속 우리의 자원으로 남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린갈치의 보호와 연안해역의 매립과 간척 등으로 인한 산란장 감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연안바다를 좀 더 깨끗이 하여 갈치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고 치어를 보호하며 적절한 생산을 위한 자율관리 어업의 정착이 이뤄진다면 갈치는 앞으로도 우리를 잊지 않고 저 먼 남쪽바다에서 우리를 찾아 회유해 오고 제주도 바다 앞에 갈치잡이 배들의 야경도 관광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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