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이상민 기자]  "열정을 위해 논리를 버리지 말라"  지난 1월 진보논객 진중권씨가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의 팬들과 온라인으로 입씨름을 벌이던 중 한 트위터리안에게 건넨 말입니다. 당시 논란의 쟁점에는 BBK 사건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건의 본질보다는 진씨가 건넨말에 마음을 뺏겼습니다. 곧장 수첩에 그 문장을 옮겨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나친 열정으로 자칫 논리, 또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합리화 시키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봐왔던지라 그 문장은 유독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제 곧 감사원이 7대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에 대한 감사를 착수합니다. 감사원은 제주도가 7대경관 선정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세금을 투입한 소요경비 일체와 예산지출 내용, 투표와 관련한 행정전화비 납부명세 및 납부예정액에 대한 예산지출 정당성 여부, 공무원 동원 사례와 그에 따른 위법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입니다.

우근민 지사는 일부 언론의 계속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뚝심을 갖고, 7대자연경관 선정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업적을 마침내 이뤄냈고요.

7대경관선정을 위해 몸바쳐 뛴 공무원, 그리고 우 지사의 열정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속마음을 정확히 헤아릴 순 없지만 짐작컨데 분명 그들은 7대경관 선정이 제주도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중에도 전화기를 하루종일 붙들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지 않겠습니까?

열정이 과한 걸 흠 잡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히려 열정이 부족한 게 문제죠. 그럼에도 박수 칠 수 없는 건 과도한 열정 속에 파묻혀버린 숱한 문제의식들 때문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하루에 수백통씩 투표해 얻은 타이틀을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지, 한 사람이 수백번이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 투표방식이 과연 민주주의 기치에 합당한 지, 우리모두 전화기를 드는 순간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투표방식은 뉴세븐재단에서 정한 것이다’ ‘7대경관 참여 결정은 전임 도정 때 이뤄진 것’이라며 자꾸 합리화 시키려는 모습들도 안타깝습니다. 잘못된 게 있다면 고쳐야지, 덮어두는 것은 올바르지 못합니다.
 
전임 도정 때 도개발공사와 농심이 맺은 삼다수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현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또 누구란 말입니까?

이제는 과도한 열정은 식히고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 입니다. 중복 투표방식, 과도한 공무원 동원 등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을 정말 몰랐을 우 지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라도 그동안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 쿨하게 사과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질 줄 아는 도백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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