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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논쟁[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 오석준

꿀벌이 논쟁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요. 그것도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사심없는 집단논쟁으로 항상 최적의 결론에 도달한다니, 욕심과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치는게 다반사인 인간들보다 훨씬 낫다는 얘깁니다. 이른바 ‘집단지성’이 무엇인지를 미물인 꿀벌이 보여주는 것이지요.

미국 코넬대학교 생물학 교수이자 양봉가이기도 한 토마스 D 실러는 꿀벌 집단과 동거하면서 오랜 기간 세밀한 관찰과 실험을 토대로 「꿀벌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벌 한 마리는 한정된 정보와 제한된 지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여 이룬 집단은 최고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들이 하나의 기능적 개체를 이루는 것과 같다”, 그리고 “꿀벌의 세계에는 가장 똑똑한 개체보다 더 영리한 집단을 구축하기 위한 보편적 조직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여왕벌의 딸들인 일벌, 생활은 나태하지만 여왕벌과의 짝짓기만큼은 민첩한 수벌 등 대개 6000~1만4000마리로 이뤄지는 5㎏ 남짓한 야생 꿀벌집단은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합니다. 집단 단위로 음식을 섭취하며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고 수분과 체온을 조절하며,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등 환경변화를 감지해 대응하기도 한답니다.

특이한 것은 여왕벌이 꿀벌집단의 우두머리이긴 하지만 절대 군림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2~3년을 사는 동안 여름내내 매일 1500여개씩 50만개의 알을 낳는 직분에 충실할뿐 벌집의 운영은 수천마리의 일벌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됩니다. 저자는 이처럼 민주적이고 고유한 의사결정구조에서 ‘집단지성’의 실현을 봅니다.

여왕벌 한마리와 수천마리의 꿀벌이 집단이주하는 ‘분봉’이 대표적입니다. 딸 여왕벌이 자라면 어미 여왕벌은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데, 어미 여왕벌과 생사고락을 같이하기로 한 일벌 중 먹이를 찾아다닌 경험이 많은 ‘고참’ 300~500마리가 ‘정찰대’를 조직해 반경 5km 이내 지역을 훑으며 새 터전을 찾아 나선다고 합니다. 겨울나기에 필수적인 꿀을 저장하기 좋고, 찬바람이 들지 않고 외부 침입자의 접근을 차단할수 있으며 햇볕을 받아 온도 유지에 유리한 ‘명당자리’를 찾는 것이지요.

정찰대에는 리더나 감독자가 없습니다. 각자가 세심한 안목으로 구멍의 부피, 입구의 높이와 크기 등을 살펴 ‘명당자리’를 발견하면 돌아와서 8자춤, 엉덩이춤, 반원 돌기 등 현란한 춤을 추며 동료들에게 ‘내가 찾은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설득을 합니다. 꿀벌의 현란한 춤속에서는 후보지의 위치정보까지 담겨있다고 하니 신통방통할 노릇이지요. 춤을 추는 시간은 비행거리에 비례하고, 엉덩이 각도는 태양 방향을 기준으로 한 비행 각도를 말한다고 합니다.

정찰대는 저마다 찾은 후보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엄청난 ‘논쟁’을 벌입니다. 동료들에게 내가 찾은 곳이 최고의 명당이라고 치열한 홍보전을 벌여 자기편으로 포섭하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만장일치로 최적의 집터를 결정하고 이사를 떠나게 되는 것이지요. 저자는 지도자나 감독자의 관여없이 정직하고 격렬한 논쟁 끝에 단 하나의 장소를 지지해 합의에 이르는 것으로 끝나는 과정을 ‘통합민주주의’라 칭하고 ‘꿀벌 민주주의’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꿀벌의 민주주의’는 군림하는 1인보다 논쟁하는 집단이 최상의 선택을 이끌어낼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리더가 실종되고, 소통 대신 ‘불통’이, 주인인 국민이 빌려준 권력으로 주인을 억압하는 ‘민주주의의 비극’이 판치는 현실에 대한 울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꿀벌의 민주주의’를 ‘효율적인 집단의 다섯가지 습관’으로 요약합니다. ‘의사결정 집단은 공동 이익과 상호 존중에 기초한 개인들로 구성하라’가 하나, ‘지도자의 영향을 최소화하라. 군림하는 지도자가 없어야 집단의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다’가 둘입니다. 셋은 ‘토론은 폭넓은 대안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진 개체로 정찰집단을 꾸려 독립적인 탐구결과를 내놓게 하라’, 넷은 ‘논쟁을 통해 집단지식을 통합하라’, 그리고 다섯은 ‘임계점을 넘어섰을때 적절한 종결’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맺음말에서 “가장 큰 함정이란 특정한 결론을 옹호하거나, 집단이 선택지를 깊고 넓게 살펴보지 못하도록 군림하는 지도자를 말한다”고 했습니다.

꿀벌이 최소 3000만년이상 지구상에서 명맥을 유지해온 비결은 잘난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지혜’였습니다. 권력과 부(富)를 독점하기 위한 갈등과 분쟁으로 날이 새는 인류사회가 배워야 할것도 바로 이러한 민주적 의사결정의 비결, ‘집단지성’이겠지요.

오석준  sjoh@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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