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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게 없는 해군기지 본질 공사중지명령 시간끌기 ‘그만’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우근민 도지사가 청문까지 끝난 제주 해군기지 공사중지명령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4일 해군기지를 무역항으로 지정하기 위한 항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정부·관계기관에서 입장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이유다.

우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7~8일중 관계기관들과 직접 협의를 해보고 나서 공사중지명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세게 때리지 않으면 역공을 당할수 있다. 우리 뜻이 너무 무시되거나 우리가 점검하고자 하는 사항이 안됐을 경우 등을 감안하면서 신중하게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발언에선 공사중지명령 ‘카드’를 거둬들이기 위한 시간벌기용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이 풍긴다.

의미없는 무역항 지정
우 지사가 정부·관계기관의 입장변화의 조짐으로 제시한 해군기지 무역항 지정이 이뤄진다해도 ‘무늬만’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일뿐 실상은 군사기지라는 문제의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최첨단 이지스구축함을 비롯한 기동전단과 잠수함전대 등의 모항인 군사기지에 관광미항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혀놓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해군기지 남방파제와 서방파제, 선회장 등을 무역항으로 지정함으로써 크루즈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보장하게 될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역항은 독립적이 아니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돼 군 작전 등 필요시 크루즈선박 입출항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미 지난달 26일 해군기지 수역을 군사보호구역과 무역항으로 중복지정하는 내용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한다. 5일에는 ‘해군기지 수역은 기동전단 전력을 수용할수 있는 작전기지로서의 기능과 크루즈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할수 있도록 군사보호구역과 무역항계로 중복 지정될것이며, 크루즈선박의 입출항과 관련된 방파제·항내구역·항로 등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될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강정마을회가 제기한 항만시설 기술기준과 안전성 등의 문제는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항만법 제29조에는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기술기준에 맞게 항만공사를 설계·시공하도록 돼 있으며, 항만설계 기술기준에는 위험물전용적재선박의 박지(泊地)와 선류장(船留場)은 일반 선박, 특히 여객선의 박지와 선류장으로부터 충분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군기지가 과연 각종 포탄과 미사일 등을 싣고 다니는 위험물전용적재선박인 군함의 특수성을 배려한 기술기준에 의한 설계가 이뤄졌는지, 군함 박지·선류장과 크루즈선 박지·선류장간 충분한 거리가 확보됐는지 의문이다. 항만법과 관련규정에 따른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무역항을 지정하기 위한 항만법 개정안 입법예고는 위법성이 농후해진다.

무역항과 군사보호구역 중복지정에 따른 군함·군사시설·장비 등의 보안문제도 불가피하다. 결국 해군기지 무역항 지정은 국회 예결위 해군기지 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마지못해 이행하는 것 외에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선 결단, 후 협의’를
우 지사는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해군기지 공유수면매립공사 중지명령을 내려야 한다. 지난 3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3차례에 걸친 청문을 통해 공사중지 처분사유가 충분함이 드러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본다.

국방부·국토부와 맺은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기본협약서에는 15만t급 크루즈선박 2척 동시접안으로 명시됐음에도 실시계획에는 15만t급과 8만t급으로 돼있고, 크루즈선 입출항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증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내놓은 크루즈선 입출항 기술검증 결과 및 조치계획에 제시된 서측 돌제부두 고정식에서 가변식 조정도 설계변경사유에 해당된다는 점도 공사중지명령의 당위성에 무게를 얹어준다.

민주당 제주도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청문까지 마친 공사중지명령 절차를 철회하고 정부와 협상에 나선다면 도정에 대한 신뢰 상실은 물론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회피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수 없을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공사중지명령의 정당성과 더불어 이 문제를 특별자치도 제주의 위상이 걸린 상징적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지사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선 결단, 후 협의’가 필요하다.

편집국  domin3535@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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