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방세수 확대를 위해 시행했던 리스차량 취득세율 인하가 정부의 압력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확대를 위해 도와줘도 모자랄 정부가 오히려 방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상의 세율조정권을 활용해 1조원이상의 리스업체 소유 차량 취득세율을 7%에서 5%로 인하해 현대캐피탈을 제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에따라 취득세 670억~700억원을 비롯해 자동차세·교육세·저당권 설정 수수료 등 연간 1000억원의 지방세 수입 확대가 기대됐다.

그런데 현대캐피탈 기존 등록지인 경남을 비롯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며 취득세율을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자 행정안전부가 올초 제주도에 취득세율 원상복귀를 요구해 백기를 들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도는 리스차량 취득세율을 5%에서 7%, 경차동차는 3%에서 4%의 일반세율로 올리는 내용의 ‘제주도세 세율조정특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 지난 24일 원안가결됐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제주도가 ‘무늬만’ 특별자치도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말로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준다고 하면서도 지방세율 조정까지 간섭하면서 재정확대 노력을 무산시키고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운운하면서 특별자치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리스차량 취득세율 인하를 원상복귀하는 조례개정안을 의결한 도의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주도가 행자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경우 돌아올 불이익 등을 고려해 사실상 강제적인 권고에 백기를 들었다해도, 도민의 이익을 지켜야 할 도의회는 이를 거부하고 정부와 싸우는 것이 합당한 것이다.

집행부가 정부의 눈치를 본다고해서 도의회까지 자포자기한다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를 유지하고 확대함으로써 ‘자치의 파라다이스’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하고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가는 등 허울좋은 미사여구(美辭麗句)가 아니라 실속이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될수 있게 하는 것은 제주도와 도의회가 감당해야 할 당연한 책무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