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사칭 문자 ‘기승’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직장인 양모씨(32)는 얼마 전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문자는 “KB 국민은행입니다. 보안강화 후 사용해주세요. www.starkbcard.com”라는 내용이었다. 양씨는 당연히 은행에서 보낸 문자라고 생각했다.

양씨가 사이트에 접속하려던 순간 문득 몇 달전 검찰을 사칭해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에 양씨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돼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았다.

며칠 후 알고 보니 양씨가 받은 문자에 나온 사이트는 실제 금융기관 사이트와 유사한 피싱사이트로 밝혀졌다. 양씨가 별 의심없이 사이트에 접속했다면 여차 없이 보이스피싱을 당했을 것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경찰을 사칭해 유사 금융감독원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한 뒤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려 한 사례도 있었다.

강모씨(33·여)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남성은 “인천 경찰서에 근무하는 김 형사인데, 살인사건이 발생해 범인을 검거해보니 당신의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며 도용여부 확인을 위해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접속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이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강씨는 금융감독원 사이트와 유사한 피싱사이트에 접속해 개인정보 등을 입력했고, 나중에야 피싱사이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이 같이 가짜 피싱사이트를 이용한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기관을 사칭한 피싱사이트들이 각종 개인정보를 빼내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금전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양씨 사례의 경우, 문자에 나와 있는 국민은행 홈페이지 주소는 ‘www.starkbcard.com’이지만 실제 은행 홈페이지 주소는 'www.kbstar.com'이다. 주소를 비슷하게 만들어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기관 도메인을 비롯해 홈페이지까지 유사하게 만들어 접속하게 만든 뒤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지만 도메인을 수시로 바꿔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검찰청과 경찰청, 금융기관 등의 홈페이지를 사칭한 피싱사이트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각종 기관의 사이트를 모방한 피싱사이트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20개에 불과했던 피싱사이트는 지난해 무려 1849개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올해 1분기에만 1218건개 발견되는 등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면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라며 “각종 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나 문자를 받았을 경우 반드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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