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은 기자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어릴 적부터 유독 봄비를 좋아했다. 메말라가는 감성을 적셔줘서 좋았고, 또 비가 내리고 나면 대지의 모든 생명들이 앞다퉈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듯, 서로가 먼저 꽃을 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까지도 좋았다.

주말 사이 제주에는 봄비가 내렸다. 하지만 그 양은 요란할 정도로 너무 많았고, 요란한 봄비로 인해 도내에서는 크고 작은 비 피해가 속출했다.

국어사전에서 요란은 ‘시끄럽고 떠들썩함’ ‘정도가 지나쳐 어수선하고 야단스러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시끄럽고 정도가 지나침을 말하는 것인데 요란한 봄비와 마찬가지로 요란한 공권력이 자행되고 있는 곳이 있다.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경찰은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안전을 위해 공권력을 집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친 요란한 공권력은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지난 6일 강정포구 서방파제에서 문정현 신부가 7m 높이의 테트라포트(일명 삼발이)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당시 문 신부는 강정포구 어선 계류장에서 서방파제로 향하는 ‘십자가의 길’ 예식을 하고 있었고, 기도를 위해 테트라포트 위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한 신자가 구럼비를 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려 했고, 경찰이 이를 제지하자 지켜보고 있던 문 신부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경찰은 강정에서 충돌상황이 일어날 때 마다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공감받는 법 집행이 되도록 하겠다”고 누누이 밝혀온 바 있다. 특히 강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항상 ‘안전’을 외쳐왔다.

그렇게 ‘안전’을 강조했던 경찰이 최루액(캡사이인액)과 물대포, 그리고 에어톱까지 등장시켰다. 문 신부의 사고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추락사고 이후 문 신부는 “차라리 내가 떨어진 게 잘됐다”며 “경찰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오히려 경찰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강정으로 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이든 지나침이 없이 적당해야 하는 법이다. 요란한 봄비가 지나간 뒤 곧, 요란하지 않은 적당한 양의 봄비가 내릴 것이라고 내심 기대해 본다.

또한 문 신부가 다시 돌아간 강정마을에서도 ‘요란한’ 공권력이 아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합법적인 공권력이 행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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