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문권 / 제주교구신부

▲ 현문권

오랜만에 강정에서 기쁜소식이 전해졌다. 강정마을노인회가 지난 4월 15일 ‘상생과 화합의 소통행사’를 개최해 찬반 주민들이 참석해 모처럼 웃음꽃을 피웠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을주민들이 함께 만나는 시간이었고, 이를 통해 새롭게 마을 공동체가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은 바로 마을 공동체의 분열이었다.

현재도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건설, 삼척 핵발전소 건설, 4대강 사업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국책사업이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했지만 도리어 국민을, 마을주민들을 분열의 골짜기로 밀어넣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국책사업을 하더라도 오랜 기간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정마을의 이러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지난 16일에는 또 다른 경찰의 만행이 발생했다. 민군복합항 관광미항에 대한 청문회와 그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해군은 매일 공사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매일 강행되는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려고 급기야 인간띠를 형성한 활동가들을 해산하기 위해 경찰이 119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119대원은 PVC 관에 팔을 집어넣고 서로 손을 맞잡은 활동가들의 인간띠를 톱으로 잘라내려고 시도했다. 인터넷 신문 헤드라인 제주 뉴스의 현장 사진을 보면 전기톱(공기톱)과 망치, 그리고 자신의 팔을 경찰에게 붙들린 채 119 대원이 톱날을 갖다대는 모습에 절규하는 여성이 보인다. 당시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사람들의 팔에 톱을 들이대는 경찰과 119의 잔혹한 처사를 보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경찰과 119는 누구인가?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서 경찰이 긴급전화인 119에 전화를 해도 되는가? 시위해산 요청전화를 받았다고 119는 출동을 해도 되는가? 생명을 구하는 119가 시위현장에서 경찰의 지휘를 받으며 사람 팔에다 톱을 갖다 대어도 되는가? 도대체 제주도 경찰은 무슨 생각으로 해군기지 반대를 하는 사람들을 다루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경기경찰청 수원 중부청 112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목숨이 다급한 시민의 전화를 먼저 끊어버린 경찰과 순찰을 해야 함에도 차에서 잠을 자는 경찰에 대한 보고를 들으면서는 기가막힐 뿐이다. 시종일관 무능한 경찰의 모습과 자신의 과오를 숨기려는 경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현재 강정마을에 파견된 경찰 중에는 경기경찰청 소속도 있다고 한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함에도 경찰력을 투입하여 강제적으로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연행하고 있다. 어쩌면 경기경찰청 소속 경찰들이 활동해야만 했던 곳은 바로 한 생명이 꺼져가는 장소였을 것이다.

손쉽게 현장범이라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강정에 파견된 경기도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왜 이렇게 많은 병력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수원 살인사건에 대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다음과 같이 사죄하고 있다. “경찰의 미흡한 현장 대응으로 국민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한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강정에 파견된 경찰들은 국민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긴급 구조대인 119까지 동원해 톱으로 시민들의 팔에 위해를 가하려던 행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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