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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들여다보기[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 오석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13일 4·11 국회의원 총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요. 이명박·새누리당 정권 심판과 새로운 변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받들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입니다.
국회 의석으로만 보면 민주통합당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할 만큼 참패인가 의문이 생깁니다. 지역구·비례대표를 합쳐 4년전 81석에서 이번엔 127석으로 46석이나 늘었고,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도 5석에서 13석으로 8석이 늘었는데 책임을 지는게 합당한가 하는 것입니다.

오만과 착각
이유는 민간인 불법사찰 ‘폭탄’을 비롯해서 잘 깔린 멍석판에서 잘하면 과반수 이상, 적어도 제1당은 되리라던 기대가 맥없이 무너져 버린데 있겠지요. 까닥하면 100석, 잘해야 120석 정도로 점쳐졌던 새누리당이 4년전 153석에 1석이 모자라는 152석을 얻어 300석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거대 여당의 지위를 누릴수 있게 됐으니 말이지요. 어떤 이들은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전국적으로 54.3%에 머문 투표율 등을 이유로 유권자들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만, ‘그건 아니지’ 싶습니다. 이명박·새누리 정권 심판, 야권 연대 등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포장’은 화려했지만 막상 집어들려니 내용물이 부실했다는 얘기지요.

재벌·부자 감세와 고물가·실업난·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1%대 99%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 하나 믿고 선택했던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에 등을 돌린데다 청와대가 개입한 민간인 불법사찰 ‘폭탄’까지 터지자 민주통합당은 이번 선거 압승은 물론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집권을 확신하면서 일찌감치 샴페인을 터뜨렸습니다. 99% 서민들에게 절실한 ‘먹고사는 문제’ 해결책을 비롯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에 맞는 비전과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정권심판과 야권연대만 노래하면 될것이라는 착각속에 계파 나눠먹기식 ‘무감동’ 공천, 모바일 경선 문제, ‘나꼼수’ 멤버 공천후보 막말 파문 등 ‘자뻑’만 연발했다는 얘깁니다.

반면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꾸고 ‘경제민주화 실현’을 내걸어 대기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폐해 방지, 하도급제도 전면 혁신, 2015년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좌 클릭’ 정책을 쏟아내며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중국의 이어도 위협론을 내세운 ‘국가안보 프레임’ 등을 통해 보수세력을 결집하는데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서 수도권의 패배에도 경남·북과 부산, 강원·충청지역의 압승으로 과반수 거대여당의 자리를 지켜냈지요.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야권연대도 재벌개혁과 비정규직 축소,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등의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정권심판론에만 매달리다 보니 노동자·농민·영세상인 등 유권자들에게 국회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보다 살만한 세상이 올것이라는 확신을 주는데 실패했습니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FTA 등에 대한 말바꾸기 공격과 노무현 정부때 경찰의 통상적인 감찰을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과 ‘물타기’한 전략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다 이긴 판을 뒤집기 당한게 아닌가 합니다.

‘64%’, 그리고 ‘84만표’
서울지역 20대 투표율이 64.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30대 투표율이 44.1%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이번 선거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방송3사 출구조사결과 서울지역 20대 투표율은 전국 평균 45.8%에 비해 18.3%나 높았고, 그 이유는 ‘박원순 효과’라고 해도 무방할듯 싶습니다. 지난해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서울시립대 반값금을 성사시키고, 서울시 비정규직 10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것을 보면서 투표하면 바꿀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체험했기 때문이지요.

역대 선거에서 20대보다 높았던 30대 투표율은 서울이 44.1%, 전국평균 41.8%에 머물렀습니다.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30대의 53.5%가 민주통합당을 지지했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26.2%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민주통합당이 왜 패배했는지 ‘답’이 나옵니다. 정권심판이라는 ‘포장’에만 치중해 삶의 질을 높일 ‘내용물’을 채우지 못해 30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지요.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민주통합당(777만5737표)·통합진보당(219만8082표) 야권연대가 997만3819표로 새누리당(912만9226표)보다 84만4593표가 많고 자유선진당(68만9843표)을 합해도 15만4000표를 더 얻은 것은, 유권자들에게 믿음을 줄만한 후보를 낸다면 오는 12월 대선에서 해볼만한다는 희망을 갖게하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 서민들의 삶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얼마나 주느냐는 것이겠지요.

오석준  sjoh@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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