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임 기자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민주통합당 김우남 후보가 일찍부터 자리를 굳힌 제주시 을을 제외한 제주시 갑과 서귀포 선거구에 관심이 모아졌다. 갑 선거구의 경우, 6선을 노리는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와 3선을 꿈꾸는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간 초박빙 양상이 벌어졌고, 무소속 장동훈의 선전을 두고도 득표율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졌다. 

오후 6시 투표가 마감되고, 제주지역 투표율은 54.5%로 나왔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최악의 선거율을 기록했던 2008년 18대 국회의원 제주지역 투표율 53.5%보다 1.0%p 오르는 데 그쳤다.

늘상 유권자를 얘기할 때는 ‘서민’이라는 말이 나온다. 등록금이 비싼 누나와 비정규직인 엄마, 일자리를 못 구하는 오빠와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 출산을 미루고 있는 언니 등 세상의 모든 시민들의 고민이 ‘서민들의 바람’이란 용어로 압축된다. 누구는 “정치 불신”이라는 말을, 누구는 “그래도” 라는 부사를 내뱉으며 어제도 제주지역 유권자들은 길을 나섰다.

하지만 모두가 투표장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이번 선거는 물가상승 등으로 가계경제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 이뤄졌지만,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이 예년에 못 미쳤다. 

‘전어’라는 물고기가 있다. 수심 30m이내 물 한가운데 몰려 사는 친구들이다. 덩치가 작아 포식자들이 많지만 위장술도 없고 조용히 돌 뒤에 숨어있을 팔자도 못 된다. 성격이 얼마나 급한 지 바닷속을 샅샅이 훑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들이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이 약한 전어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술이다. 눈 앞에 놓인 수십만마리의 전어들을 보며 포식자들은 군침을 흘리지만 무얼 먼저 먹을까 갈팡질팡 하다 결국 한 마리도 낚지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이 성공을 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전어들 모두가 포식자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마리가 무식하게 용감하거나 지나치게 비겁해 행동을 달리하면, 전열이 흩어져 전어떼 전체가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

오늘 선거를 보면서 문득 전어가 생각났다. 모이면 하나같이 살기 어렵다고들 얘기하면서 선거일이 오면 권리를 잊는 사람들. 도로 위에서 유채꽃의 찬란함에 감탄하면서, 그 유채꽃 찬란한 제주를 더 살기좋게 만드는 데에는 의견을 보태지 않는 사람들. 제주를 대표할 전국구 살림꾼을 뽑던 날 투표를 잊은 이가 있다면, 당신은 도민들의 생존을 위한 4년간의 연대를 '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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