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상이 / 제주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 이상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의 어르신들 중 70%는 소득인정액에 따라 최대 9만12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매달 받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지난 2008년 1월 만 7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처음 지급된 이후 당해 7월에는 65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 최대 8만4000원을 매달 지급했었다. 이것이 작년에 9만1200원으로 인상됐고, 다시 올해 4월부터는 9만4600원으로 인상된다. 참여정부 후반기, 기초노령연금제도의 도입을 국민연금법과는 별도의 정부 입법으로 주도한 인물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 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이다.

모두가 주지하듯이, 기초노령연금은 노인들의 기초소득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노후소득 보장제도이다. 재원의 출처가 평소 자신이 낸 사회보험료가 아니라 현 세대 소득자들이 낸 세금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과 다르다. 하지만 이것이 어르신들의 생계를 위한 노후소득의 원천이라는 점에서는 국민연금과 동일하다. 그래서 기초노령연금은 제도의 탄생 때부터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노후소득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므로 기초노령연금을 기존의 국민연금과 하나의 제도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었다. 당시 참여정부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뿐만 아니라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들도 대체로 이러한 주장에 동조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이러한 주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곳이 바로 한나라당이었다는 점이다. 기초노령연금과 기존의 국민연금을 제도적으로 통합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자는 것인데, 1층에는 기초노령연금을 깔고 그위에 2층의 기여에 따른 국민연금을 배치하자는 주장이다. 당시 한나라당의 이러한 주장은 기존 국민연금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자는 내용을 제외하면 진보진영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진취적인 것이었다.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을 포괄하자는 ‘보편주의’가 그랬고, 재원의 원천이 세금인 기초노령연금과 그것이 사회보험료인 국민연금을 하나의 제도로 통합하자는 주장이 그랬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집권하자마자 우물쭈물하더니, 아예 이러한 공약을 폐기해 버렸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당시 참여정부도 비난받아야 함은 마찬가지이다. 진보진영과 시민사회가 그렇게 요구하였건만, 유시민 장관은 당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반쪽짜리 기초노령연금제도의 정부 입법을 밀어붙였다. 65세 이상의 모든 어르신들을 포함하는 ‘보편주의’가 아니라 70세 이상의 노인 70%에 국한된 제도였고, 기초노령연금으로 월 평균 약 3만원이 고작이었다. 그 제도적 유제가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그대로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 유시민 전 장관은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놓고 과거에 그토록 대립했던 민주노동당의 후신인 통합진보당의 공동대표가 돼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실현했고, 양당 모두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연히 유시민 전 장관도 지금 이 대열의 맨 앞에 서 있다. 나는 기꺼이 그를 환영한다. 왜냐하면, 그가 지금 자살을 선택하는 어르신들의 긴 행렬을 줄이려는 진보적 노력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초노령연금의 수급 대상을 80%로 늘리고, 이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민연금과의 제도적 통합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주지하듯이,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들 평균이 13.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5%로 3배가 넘는다. 이것이 노인자살률 세계 1위로 이어졌다.

주요 야당들이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을 주장하는 이 때, 신기하게도 새누리당에는 이러한 내용의 공약이 없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기초노령연금을 8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기초노령연금의 확충은 개별 가구에서 지출되던 부모님 용돈 부담이 줄어 서민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준다. 또 총수요의 진작을 통한 내수경제의 성장에도 특효약이 될 것이다 연간 4조 원의 정부예산을 더 투입하면 된다. 기초노령연금에 추가 투입될 4조 원은 2012년도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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