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호 기자.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어제 오늘 작은 태풍과 맘먹는 강풍과 눈을 동반한 강추위가 몰아치면서 ‘춘래불사춘’이란 고사성어가 새삼 인터넷 이슈로 떠돌아 다닌다.

기상청은 중국 대륙에서 불어온 한랭한 고기압(영하 30도)세력이 적도 부근에서 올라온 따뜻하고 축축한 저기압 세력이 한반도 상공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강풍이 발생했다고 한다.

때문에 제주를 비롯한 많은 시설 농가 등이 피해를 입었다. 역시 강한놈들이 만나면 그 피해는 민초들에게 돌아가는 것인가.

64년전.
온섬을 휩쓸며 제주를 핏빛으로 물들게 했던 무자년(1948년) 4·3광풍 역시 강한놈 싸움에 착하고 순진했던 민초들만 피해를 입었던 사건 아니었나.

몸을 가눌 수 없는 바람에 장정들도 자리에 서 있기 힘들었던 지난 3일 예순네번째 제주4·3희생자 위령제가 열렸다.

그새 백발성성한 노인으로 변해버린 아들과 딸들은 한손엔 지팡이 또 다른 손엔 국화꽃을 들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아비 어미를 찾았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위패 앞서 선 어른신들의 눈에선 아직도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위령제에 참석한 김황식 총리는 제주4·3사건은 정부가 진상을 확인하고 이미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으니 더 이상 소모적인 이념 대립의 희생대 위에 올라선 안 된다며 4·3의 아픔을 덮으려 한다.

30여분간의 짧은 행사를 마친 김 총리는 정부차원의 추가진상조사와 4.3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에 대한 언급 없이 유족들과의 만남도 거부한 채 서둘러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제주를 떠났다.

불어오는 강풍 만큼이나 정부의 차가운 태도를 마주한 위패봉안소 내 1만3546명의 희생자들과 3430명의 행방불명인들은 이날도 억울한 죽음을 가슴속에 삭히며 언제 찾아올지 모를 그들만의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은 왔지만 이들에겐 아직 봄이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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