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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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찍고만 떠났던’ 제주에
충무로 예비 작가들 둥지 튼다
[이 마을에 일이 벌어지고 있다] 7. 위미1리
영화 <건축학개론> 세트장
‘명필름 레지던스’로 활용

▲ 영화 <건축학 개론>이 지난 22일 개봉했다. 주인공 승민(역 엄태웅)과 서연(역 한가인)이 서 있는 곳이 남원읍 위미1리 해안가다.

영화 <건축학개론>(22일 개봉)이 개봉 3일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4일 하루동안 전국 585개 상영관에서 24만1561명이 <건축학개론>을 관람했다. 개봉후 3일간 누적 관객수는 49만2601명, 그간 1위를 굳혀 온 <화차>를 제치고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

<건축학개론>은 대학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난 첫 사랑 남녀가 15년후 다시 만나 추억을 완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실제 건축공학과 출신인 이용주 감독이 ‘집을 짓는 과정이 사랑과 닮았다’며 데뷔작(<불신지옥>) 이전부터 구상하고 공들여 온 작품이다.

영화는 제주출신의 서연(역 한가인)이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고향 집 리모델링을 첫사랑 승민(역 엄태웅)에게 부탁하며 시작된다. 원하는 집의 구조를 설명하는 일은 곧 대학 이후 서연이 살아온 과정과 같고, 승민은 잊고 있던 스무살 첫 사랑의 기억에 빠져들며 서연을 위해 정성껏 집을 짓는다.

극중 서연의 고향 집으로 나온 곳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1리(2976번지)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바로 마주한 곳에 세트장이 지어졌다.

1층은 거실 한 면을 통유리창으로 터 바다를 시원하게 볼 수 있도록 했고, 2층에는 지붕 앞으로 두 평 남짓한 잔디밭(1층 테라스 윗부분)을 만들어 바다의 수평선과 이어지도록 연출했다.

▲ 세트장 입구. 문정임 기자
▲ 지난 23일 영화 <건축학개론> 세트장의 모습. 빈 세트장에 소품으로 썼던 설계모형이 남아 있었다. 문정임 기자.
▲ 1층 전면을 통유리로 설계해, 집 내부에서도 위미리 바다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문정임 기자.
▲ 2층의 모습. 지붕 앞으로 1층 테라스와 연결된 골조를 잔디밭으로 만들었다. 문정임 기자.

그런데 이 세트장 부지가 충무로 영화인들을 제주로 끌어올 명소가 될 전망이다. <건축학개론>을 제작한 ‘명필름’이 이곳을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스로 활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 일정은 이 은 대표가 추진중인 영화학교 건립 계획과 맞닿아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 제작후기 강연차 제주를 찾았던 이 대표는 당시 “2015년이후 제작자를 떠나 후배양성에 꿈을 두고 있다”며 “곧 명필름이 옮겨갈 파주 출판단지를 중심으로 일부 제주에도 영화학교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해마다 10명 안팎의 인재를 만들 계획인데 3명은 감독으로 나머지는 미술·음악·녹음·시나리오 등의 기술진으로 키울 예정"이라며 "그중 작가진을 제주에 머물도록 하겠다"고 구상을 전했다.

▲ 명필름 이은 대표. 지난해 강연차 제주를 찾았을 때의 모습. 제주도민일보 db.
촬영이 끝난 세트장은 현재 공사를 기다리고 있다. 명필름은 촬영에 앞서 위미리 350여㎡ 매입을 끝내고 최근 서귀포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다. 오는 5월께 공사에 들어가 9~10월쯤 오픈할 예정이다.

이른 바 ‘명필름 작가 레지던스’는 세트장과 비슷한 2층 구조가 될 예정이다. 이은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1층 안방과 피아노방, 2층방을 모두 쓰면 8명 정도가 머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오래전부터 가져온 게획이다. 고즈넉한 제주의 바다와 풍경이 작가들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구상은 단순히 영화인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아카데미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제작사가 직접 키워내는 이른 바, '후배 양성'의 일환. 이는 제주의 독특한 풍광을 빌어 영화만 찍고 떠나간 많은 제작진들의 선례와 달리, 제주에 일부 기능을 정착시켜 상주토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제주의 혹독한 바닷바람 앞에서 꿈을 키운 이들이 향후 영화계에 발을 디뎠을 때 보다 많은 영화의 오브제로 제주가 차용될 지도 모를 일이다.

가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때쯤 충무로 대표급 영화제작사의 둥지 하나가 제주에 자리를 튼다. 앞서 2009년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촬영을 계기로 영상관광휴양단지 조성을 기대하며 공동목장을 매각했지만 단지 조성이 불발되며 상처를 받았던 위미리에 새살이 돋아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정임  mu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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