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창희 / ETRI 사업화본부장

▲ 현창희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 각국의 불안정한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새로운 경제위기의 불씨를 잉태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경제적 문제는 단연 고용불안의 해소이다. 고용문제는 각국 정부들이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고, 고용지표의 개선 여부에 따라 전 세계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우리와 미국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적 고용정책의 개발과 실행은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
과거 기술혁신은 개발된 기술의 새로운 적용을 통한 신산업의 창출로 일반 대중들이 막연하게 느끼는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해 왔다. 물론 이러한 과정들이 순탄하게 진행돼 온 것만은 아니다. 1811년부터 1817년까지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영국의 노동자들은 실업의 원인이 기계에 있다고 보고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 (Luddite運動)을 벌인 바 있다. 기계에 의한 값싼 제품의 대량생산이 기존의 수공업적 숙련노동자의 임금을 인하시키는 원인이라고 본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화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편익들과 새로운 제품 및 시장의 확대로 고용불안 문제는 해결돼 왔는데, 이 과정에서 혁신적 기여를 한 것은 전기(電氣)이다. 물론 전기의 등장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과거 수차(水車) 등을 통해 생산되던 전기가 발전기·발전소 등 동력으로 진화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숙련노동자의 고용불안은 야기됐지만, 전기의 대량공급에 따라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해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면서 고용불안 문제는 해소됐다.

전기의 생산(화력·수력·원자력·태양열·풍력 등)과 전송(전선·변압기 등) 및 공급(검침기·전구 등)에 이르는 전력산업 자체의 수직계열화도 대단히 큰 고용을 창출했지만 전기를 이용한 기계화로 자동차·조선·철강 산업 등이 등장하고 발전하면서 새로운 인력수요가 급증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그에 따른 신산업의 창출 및 진화라는 과정에서 고용의 형태는 대단히 다양하고 세밀하게 분화되기 시작한다. 이처럼 기술혁신과 단기적 고용감소, 혁신적 신기술의 적용을 통한 신산업의 창출과 장기적 신규고용 창출 등은 기술혁신이라는 도전에 신산업의 창출이라는 형태로 응전을 잘 하는 경우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법칙에 따른 새로운 발전 동력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고용불안에 대한 문제도 좀 더 색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IT의 고용감소론’이 제기됐고, 전통적 제조업 기반의 주력산업을 통한 고용확대론이 대세로 정착됐다.

이에 따라 이 정부 집권기간 내내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에 대응해 ‘IT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IT 정책 혼선 및 홀대론 등이 이슈로 등장했다.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서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조사한 ‘2011 전세계 IT산업 경쟁력 보고서(IT Industry Competitiveness index)’에 따르면 우리의 IT산업 경쟁력은 2007년 3위에서 지난해 19위로 16계단이나 추락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이러한 IT산업 경쟁력의 추락은 과거 기술혁신과 신산업의 창출, 그를 통한 새로운 고용의 창출이라는 점과 연계할 때 대단히 중요한 교훈을 준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보편화된 무선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본격화는 모든 활동들의 IT 의존도를 더욱 증가시키게 될 것이므로, IT기반의 다양한 산업정책 수립과 집행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그러나, 실제적인 IT정책은 제조업 대세론에 밀려 기술혁신과 그 혁신의 연속선상에서 발생하는 신산업 창출이라는 선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통제자·조정자·도우미(Controller·Coordinator·Helper) 등 불필요한 정책 혼선과 논란을 노정시킴으로써 IT산업 경쟁력은 저하됐고 고용불안 해소에는 실패했다. 기술혁신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IT는 미래 사회에서도 신산업 창출과 새로운 고용창출을 유인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적 자산이 될 것이므로, 과거 전기의 중앙공급을 통해 자동차 등 전통적 제조산업의 발흥과 대규모 고용창출에 성공했듯이 IT를 이용한 다양한 신산업 창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기술혁신은 대단히 급진적으로 발생하지만 신기술을 적용한 신산업의 창출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응용한 사회변혁은 대단히 느리게 진행된다. IT로 인한 단기간의 고용감소는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IT기반의 신산업 창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새롭게 변화되는 미래사회로의 성공적 진입도, 새로운 대규모 고용창출도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기 기반의 제조업을 발흥시켰던 과거를 교훈삼아 IT 기반의 주력산업 창출에 지혜를 모아 고용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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