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송된 KBS 시사다큐 〈추적 60분〉 ‘제주 7대자연경관 방송 그후, 끝나지 않은 논란’은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논란 종식이 아니라 명확한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해 주었다고 본다. 이는 맹목적이고 과도한 업적주의가 중앙·지방정부와 국민, 사회 전반에 끼치는 폐해를 교훈으로 최소한의 상식이 살아숨쉬는 사회를 실현하는 차원에서도 더욱 절실하다.

커지기만 하는 의혹들
이번에 〈추적 60분〉이 제기한 문제들은 7대경관 전화투표가 과연 국제전화인지, 수익은 누가 어떻게 나눴는지, 불평등 계약은 어떻게 할것인지 등이다. 이는 뉴세븐원더스(N7W)재단 이사장 버나드 웨버가 만든 영리사기업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이 주도한 7대경관 ‘돈벌이’ 캠페인의 공신력과 가치 등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들이다.

본보에서도 의혹을 제기한바 있듯이, 〈추적 60분〉 보도 내용은 KT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7대경관 전화투표시스템이 국제전화가 아닌 국내전화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KT 노조위원장은 “국내에서 망을 구성해 전화료만 국제요금을 부과한 것 같다”며 국제전화일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고, 또다른 KT관계자는 “국내에서 전화투표 통계를 냈다는 말 자체가 국내전화임을 인정한 것이다. 통계자료만 해외에 보낸 것”이라고 단언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KT가 제주도와 제주도민, 이명박 대통령과 전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막대한 부당이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문자투표를 한 다른 경쟁지역들과는 달리 유독 제주도만 전화투표에 집중한 이유도 짚어볼 대목이다.

7대경관 수익금 배분에 대한 의혹도 그냥 넘길수 없는 문제다. 코모도섬이 7대경관에 잠정선정된 인도네시아의 경우 문자투표 수익을 공식 후원위원회인 ‘P2K’가 42.5%~47.5%, N7W재단 25%, 계약주체인 NOWC 12.5%, 통신회사 10~15% 비율로 나눠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P2K’는 N7W재단이 7대경관 인증식 개최 비용으로 1000만달러를 요구하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참가 철회를 결정하면서 NOWC와 계약을 맺은 민간기구다.

7대경관 표준계약서가 28곳의 최종후보지에 공통적으로 적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 7대경관 선정 캠페인 공식 후원기관인 제주관광공사가 전화·문자투표와 기업 스폰서 계약에 따른 수익을 상당부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 ‘단 1원의 수익금도 없다’는 제주관광공사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불평등 계약도 두고두고 제주도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7대경관 선정시 NOWC 공식박물관에 영구 임대나 순환 임대로 전시물을 제공하고 공식 축하행사와 공인 명판 제막식 등도 지원해야 하는 등 일방적인 의무만 있고, NOWC는 7대경관의 유일한 법적 대표이며 전세계에 걸친 독점적 권리 소유자로 언제라도 계약서 조항 불이행 등을 이유로 최종 선정지의 지위를 중지·철회·변경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덮자고만 하는 저급함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제주도와 도관광공사는 7대경관 선정과 관련한 투명한 자료공개와 명확한 해명없이 버티기하고, 제주관광학회 등이 논란을 그만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 도의회 의장이 전화투표요금 예비비 무단 집행에 대해 행정부지사가 대독한 도지사의 유감표명 만으로 기다렸다는 듯 논란을 종식하자고 화답한 것도 매한가지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명백한 지방재정법·지방자치법 위반 행위이자 도의회의 권위에 도전한 예비비 전용 문제를 비롯해 7대경관과 관련한 논란과 의혹을 규명해야 할 도의회가 논란 종식 운운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한 것은 백번 타당하다. 더불어 “제주사회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행정의 실적주의에 화답하는 거수기 노릇을 중단해야 할것”이라는 경고도 새겨들어야 할것이다.

7대경관 선정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책임을 묻는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통해 제주사회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썩어 문드러진 뿌리에서 어떻게 새싹이 돋아나올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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