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난 사람 <9> 홍리리 대표 (제주여성인권연대)

성매매방지법 집행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순 성매매 문제가 아닌 업주·상인 집단의 오래된 착취구조 만연

▲ 제주여성인권연대 홍리리 대표.
[제주도민일보 김혜림 기자] ‘제주도의 문턱은 너무 높고 성매매 문턱은 참으로 낮다’. 홍리리 대표가 지난 2월 15일 우근민 도지사 면담을 위해 찾아간 도청 앞에서 꺼낸 말이다.

최근 도내 공무원 성매매 사건으로 도민사회가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 홍리리 대표를 비롯한 제주 도내 여성단체들은 1인 시위를 벌이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성매매 공무원들을 강력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징계나 처벌 등으로 끝내야 할 사안이 아니다. 성매매라는 본질에 들어가서 우리 사회가 성매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성으로서의 보편적 인권이 제대로 주어지고 있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 성매매를 통해 드러나는 착취와 이익집단 등의 문제 등 사회구조적으로 모든 차별의 근원에는 성매매가 자리하고 있다. 국가는 이에 대해 마땅히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그 어디에도 없다. 왜 이 여성들이 사회적 낙인을 받으며 그 곳에서 성매매를 하게 됐는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다음은 홍리리 대표와의 일문일답.

△ 전국에서 제주도가 성매매업체수 가장 많다. 왜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일까.

제주도가 과거처럼 농사를 짓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고 있다. 3차산업 중심으로 키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러 남은 땅들을 골프장·위락시설·콘도 등 여행자 중심으로의 위락시설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성매매와 관련된 영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 듯 하다.

전국 청소년 유해업소 실태조사시 인구대비 업체수·학교대비 업체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게 제주도였다. 도당국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단속과 처벌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업주들이 성매매 착취고리로서 선불금을 위시해 여성들을 탈성매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 성매매방지법이 만들어졌다.

성매매업소 집결지 등 합법화되지 않는 업소인 경우 7년이하 징역과 7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하게 돼있다. 하지만 제대로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매매방지법에 위배되는 일이 분명하다. 동종범죄 경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범죄수위 결정할 때 성매매방지법은 알선자들에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이 문제다.

△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보호관리 시스템은 어떤가.

여성 한 명당 최대 760만원이 지원된다. 중요한 것은 이 돈으로 한 여성이 법률·의료 문제 등을 3년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하지만 지원금에 맞춰서 피해 여성들을 받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은 많은데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3년 안에 이 부분이 해결되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긴급 지원인 경우 개인적인 돈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지속적으로 정부나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건강검진이 이뤄지지 않은 여성들은 치아 손상의 문제가 가장 많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이들이 성매매피해로 인한 치아 손상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 여성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이 여성이 성매매 피해 여성이다. 그에 대한 치아 손상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인가. 너무나도 취약한 보호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성매매피해 여성을 보호·지원하는 곳이 있는 것을 아는 여성들도 상당수 있지만 이런 열악함을 알기에 빠져나오지 않는 여성들도 있다.

△ 영등포 집장촌에서 여성들이 ‘생존권 보장’에 대한 시위를 벌였다. 성매매방지법과 상반된 입장이 아닌가.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이 세상에 존재할까. 없다. 이들의 시위를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이 존재한다.

영등포 집장촌은 오랜기간 지역 상인들과 업주들의 관계가 이어져오고 있다. 세탁소·미용실·옷가게 상인들은 집결지 여성들을 이용해서 판매 이득을 얻어 낸다. 여성들이 매일 다른 옷을 입고, 그에 맞는 머리를 하고, 옷 세탁을 맡기면 상인들은 여성들이 몇 번 왔다 갔는지 체크를 해놓기만 하면 업주들에게 목돈으로 받게 된다.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목돈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즉 이 여성들이 성매매를 해야만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돈이 주어진다. 이들이 여성들을 가만 놔두겠는가.

또한 여성들도 자기 옷을 세탁소에 맡길 정도면, 그 옷 하나 세탁 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세탁하고 말리면서 자기 일상을 돌볼 수 있을 시간조차 없는 여성들인 것이다. 이들이 외치는 생존권은 그 곳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금도 없고, 평범한 일상조차 누려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등 그러한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들이 외치던 자신들의 생존권은 ‘이곳을 나가고 싶지만, 이 곳을 나가면 내 집,내 생활, 내 돈을 어떻게 할까’ 하는 것에 대한 외침이었다. 이들은 이미 10대 중반부터 그러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새롭게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돈을 얻지도, 정착할 능력도 배우지 못했다.
 

△ 10대 중반부터 성매매의 길로 들어간다. 어떤 과정으로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인가.

가정폭력을 경험했거나 부모 이혼 등 문제로 가정해체를 경험한 10대 중반의 친구들이 자기 생계를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이런 모든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매매알선을 하는 이들이 이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인신매매 구조에 완전히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또한 10대가 10대를 알선하는 경우도 많다. 어울리는 동료 친구들 사이에서 알선하는 구조다. 어른들이 알선을 통해 얻는 목돈을 보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도내에서도 10대가 20대 장애여성을 성매매로 알선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6년 사건이다. pc방에서 10대 친구들이 잠잘 곳이 없어서 그곳에서 지내다가 혼자 온 여성이 계속 상주하는 것을 보게돼 말을 해보니 장애가 있는 여성이었다. 20대 여성장애인을 10대 청소년들이 여관에 감금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남성을 모집해서 돈을 받고 여성을 남성들이 있는 공간으로 직접 데리고 가서 성매매 강요한 사건이다.

2007년도에도 폭력사태를 뒤져보니 폭력사건으로 10대 조사중에 성매매를 강요 당한 피해 여성 청소년도 있었다. 감금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것이다. 절도로는 돈이 조금씩 밖에 안들어오기 때문에 성매매를 통해 큰 돈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 10대부터 성매매로 빠지는 근본적 원인이 뭘까.

가정해체를 경험한 아이들을 보호할 공간이 현저히 부족하다. 그러한 시설 역시 청소년들이 집단적으로 활동하는 획일적인 프로그램 등이 10대 청소년들 정서와 맞지 않다. 놀이나 문화 등이 다양하지 못하고 다양한 시설 체계가 없다.

이러한 청소년 쉼터 시설이 필요하긴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꿈이나 비전 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청소년들에게는 자기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부모와 같은 존재가 없다. 그들에게는 안전한 공간도 부족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을 끊임없이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력자나 지원자 등 정신적 지주와 같은 지지자들이 없다.

이들이 돈보다 더 갈망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나를 보좌해 줄 누군가다. 청소년들의 파편한 심리 등을 보살필 사람들이 매우 부족하다.

△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 의식은 여전한 것 같다.

‘존스쿨 교육’이란 것이 있다. 이것만 들여다 봐도 여전히 그러한 것을 깨기는 힘들다.

존스쿨 교육은 원래 남성을 대상으로 남성 중심으로 왜곡돼 있는 성 인식을 교정하고 성매매의 범죄성과 반인권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교육이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도 포함시켜 교육을 진행한다. 성매매를 한 남성의 존스쿨 교육은 8시간, 여성은 40시간이다.

이것 자체부터가 문제다. 이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었지만 여성이 사회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이는 곧 여성 스스로 보위해야 할 만큼 사회 자체가 취약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회가 남성과 결탁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것 아닌가. 하루아침에 가부장적 사회를 깨기는 힘들다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 이러한 사회 인식 등을 제고시키기 위해 도지사나 교육감 면담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것인가.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려면 너무나 복잡하다. 하나 하나 단계를 밟아야 한다. 일단 면담은 지속적으로 시도할 예정이다. 이번 공무원 성매매 사건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자 진행하는 것이다.

이번 성매매 사건은 남성 700명을 감당한 여성이 10명 정도다. 즉 10명이 700명을 상대한 것이다. 여성의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볼 수 있을까. 한 편에서는 돈을 줬으니까 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래서 자발적 성매매라는 것이다. 이렇게 성매매 여성들은 피의자로 간주해 빨리 처리하려 하면서, 불법 성매매를 한 공무원들의 처벌 집행은 갈팡질팡이다.

서귀포 지역 공무원은 제작년에 청소년 성매매를 한 사람이다. 아직도 공직 생활을 하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성매매를 저질러 놓고 계속 일을 한 것이다. 아직 처벌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금 그 자리에 계속 있다. 과도적 조치가 전혀 없다. 이런 문제로 도지사 면담을 진행하려고 한 것이다.

도교육감 면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도내 지역아동센터가 있는 건물 근처가 모두 휴게텔이고, 1층이 학원인데 3층이 휴게텔이다. 이러한 건물이 버젓이 있는데로 도교육청에서는 단속이나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직 교사의 성매매 문제 등 성교육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곳이 교육청이다. 면담은 반드시 해야 한다.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 올해 성매매방지법과 관련한 행사는 어떤 것을 계획하고 있나.

지난해 열었던 ‘성매매 STOP 영상제’를 할 예정이다. 올해 9월 23일이면 성매매방지법 8주년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 추모제와 함께 영상제도 할 예정이다. 성매매라는 주제를 많은 이들에게 감수성으로도 다가가면서 인지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영상제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도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영상제작이나 슬로건 등을 모집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사진이나 슬로건 공모했었는데 슬로건에는 76명이 참여하는 등 참여도가 매우 높았다. 이처럼 문화라는 매개를 통해서 다가가는 일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 성매매를 방지하는 해결책은.

지역사회의 공조가 절실하다. 안전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너무나 절실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이 성매매와 같은 길로 빠지는 것은 돈 문제도 물론 있지만 이리저리 방황하는 마음을 잡아줄 누군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매매 방지법을 잘 만들어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역사회의 공동체로서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성매매를 비롯한 모든 폭력을 근절할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보면 된다. 지역사회가 안전한 공동체가 돼야 한다.

오히려 지금 순간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성매매를 단순 성매매 사건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권리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 등 남성들이 완전히 진입한 곳에 여성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즉 사회구조적 접근 없이 성매매 해결은 불가능하다. 모든 국민이 안전한 환경으로서 생활할 것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역할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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