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봉수 /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 강봉수

이 정부가 내세웠던 교육관련 공약 중 하나가 ‘사교육비 절반, 공교육 만족도 두 배’라는 것이다. 공교육 만족도가 두 배로 됐다는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고, 최근에 교과부로부터 사교육비가 계속 줄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약 20조1000억 원으로 이전해 대비 3.6%가 감소했고, 사교육 관련 물가지수를 감안한 실질 사교육비 총규모는 7.2%가 줄었다는 것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1.9%가 감소했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으로 전년 수준이나 실질 사교육비는 3.8%로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과부의 발표에 수긍하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줄어든 학생수를 감안하지 않았고,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비율의 증대 등 실질 가계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단순 통계수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과부가 사교육비 감소의 배경을 방과 후 학교와 EBS 연계 등의 성과로 설명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일정부분 학부모 자부담이 있고 국민세금이 투여된 것이기에 사교육비 감소 원인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사교육비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방과 후 학교 및 어학연수 관련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사교육비는 2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과부의 발표를 수긍하더라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난다. 우선, 소득수준별 사교육 참여율의 편차가 여전히 심하다. 월 소득 400만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에서는 평균 84.3%인데, 그 이하에서는 57.5%가 참여할 뿐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월 소득 400만원 이상에서는 36만5000원인데, 이하에서는 겨우 14만6000원 정도이다. 둘째, 소득수준별 사교육비는 성적수준별 사교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되는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서 상위 30%이상의 학생은 29만1000원인데, 상위 30%이하의 학생은 18만원정도이다. 셋째, 도시와 읍면지역간 사교육비 편차도 엄청나다. 도시지역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6만5000원 정도이나 읍면지역은 16만원에 불과하다.

교과부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눈을 감는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사교육 감소부분이 주로 국어와 사회·과학 교과에서 발생하고, 사교육비 부담의 핵심인 영어와 수학에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목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서 전년 대비 국어는 9.5%, 사회·과학은 7.1%가 감소하였지만, 영어와 수학은 각각 1.3%, 2.9%가 상승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이 정부 들어 국·영·수 교과를 더욱 중시하는 작위적인 교육과정의 개편 및 입시제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여긴다. 또한 입시에서 본고사화되어 가고 있는 수리논술시험으로 인해 논술관련 사교육비가 대폭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한편, 지역별 사교육비에서 전년보다 감소한 지역도 있지만, 제주(6.5%)·서울(2.2%)·경북(1.6%)·광주(1.4%) 등 5개 시도에서는 오히려 증가했다. 그 어느 지역보다 제주의 사교육비가 해마다 대폭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주에서 사교육비 증가를 이끈 학교단위는 초등과 중학교이다. 특히 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5만8000원)는 16개시도 중에 단연 6위이다. 그만큼 제주에서 고입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겠다.

교과부는 사교육 의식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취업 등에 있어 출신대학이 중요하기 때문(4.21점), 특목고·대학 등 주요 입시에서 점수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4.17점), 대학 서열화 구조가 심각하기 때문(4.11점)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과부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원인에 대한 근본적 처방보다는 수요자 중심 방과 후 학교 운영, 사교육 수요가 높은 과목에 대한 맞춤형 대책, EBS 수능 연계 지속, 학원운영 투명화 등의 근시안적 대책만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의 조사(2011)는 말한다. 사교육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경쟁중심·입시중심 교육이 개선돼야 하며(30.0%), 공교육을 활성화하고 무상교육을 비롯한 교육지원 재정을 높여야 하며(20.7%), 궁극적으로는 명문고·명문대학 출신을 우대하는 사회인식 및 입사제도가 바뀌어야 한다(13.1%). 제주에서 사교육비 해결의 방안은 치열한 고입제도를 개선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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