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수준은 결국 여기까지인가. 지난 22일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강행 의사를 밝힌 이후 이틀에 걸친 국무총리실 주재 비상대책회의와 24일 김관진 국방부장관의 대양해군 발언, 오늘(29일)로 예정된 종합검토결과 발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해군기지에 대한 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 짐작케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국방부는 해군기지가 들어설 강정항 크루즈선박 입출항 시뮬레이션을 단독으로 다시 시행해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총리실에 통보했다. 이는 지난 14일 검증결과를 발표한 총리실 크루스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의 건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부터 한국해양대학교에 맡겨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와 국회 해군기지 소위, 제주도 등이 15만t급 크루즈선박 입출항이 어려운 엉터리 설계 문제를 제기하자 논란 확산을 막기위해 미리 준비를 해온 것이다. 국방부가 단독으로 다시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듯이, 객관성과 신뢰성 등의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이 국방부는 시뮬레이션을 다시 시행하면서 고마력 예인선 배치와 일부 항만구조물 재배치 조건을 상정하고 설계풍속을 기존 7.7m에서 14m, 횡풍압면적을 기존 8584.8㎡에서 1만3223.8㎡로 변경해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술검증위의 최종검토결과 및 건의내용 그대로다. 결국 기술검증위의 보고서는 국방부의 단독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손질을 했다는 얘기나 다를바 없다고 본다.

이런 일련의 짜맞추기 수순으로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나서는 것은 소통을 모르는 MB정부의 수준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를바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개발을 뒤집고 제주를 동아시아 패권경쟁의 중심에 몰아넣을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것은 말바꾸기이자 국민·제주도민에 대한 약속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강정마을주민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계 종교계·학계 등 전국 각계,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공사중단 및 전면 재검토 요구를 무시하고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나선다면 영원한 ‘불통’ 선언이자 국민들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을 것이다. 국무총리실의 해군기지 종합검토결과 발표를 온 국민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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