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세계적 규모의 크루즈항을 건설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는 ‘꼼수’를 드러내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평화수호·환경보호에 대한 요구가 과다하다’는 글을 올려 ‘간’을 보더니, 이 대통령이 해군기지 강행을 위한 ‘총대’를 매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제주해군기지는 전 정부때 올바르게 결정했다. 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했던 분들이 반대하는데 대해 안타깝다”며 문제를 전 정부 관료들의 ‘말바꾸기’ 탓으로 돌렸다. 이와함께 “제주도 해협을 지키는 것이 경제안보이고 군사안보”라며 “해군기지가 들어감으로써 제주도민 생활과 관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빠르게 되는게 좋겠다”고 했다.

이에앞서 김황식 총리는 “제주도가 남방해역과 해상교통로에 대한 감시와 보호활동을 위한 기지건설에 가장 적합한 곳이고, 환경 및 문화재보호와 관련한 적법한 절차를 거친 이상 기지건설을 반대하는 분들의 평화수호와 자연환경보호 주장은 과다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15만t급 크루즈선박은 세계에 6~7척밖에 없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이 8만t급임을 고려하면 어떤 이는 과다시설에 의한 예산낭비라는 주장도 한다”며 불필요한 논란보다 훌륭한 항만건설과 제주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을때라고 훈계했다.

책임 떠넘기기·말바꾸기
이 대통령과 김 총리의 해군기지에 대한 발언은 잘못을 전 정부에 떠넘기는 책임회피이자 말바꾸기이며, 제주도민과 국민에 대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때 “서귀포에 15만t 용량의 크루즈선석과 터미널을 건설해 세계적 규모의 크루즈항을 개발하고 해양공원형 군항을 만들어 획기적인 관광객 유치 증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국가정책조정회의도 이를 토대로 강정항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국회도 해군기지가 아닌 민군복합형 기항지를 조건으로 예산을 승인했음은 MB정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과 김 총리는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에서 강정항 설계가 크루즈선박 접안이 어려운 군함용 설계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선 애써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강정마을주민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계 종교계·학계 등 전국 각계,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공사중단 및 전면 재검토 요구를 무시하고 ‘무늬만’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인 해군기지를 강행하겠다는 뜻과 다를바 없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와 범도민대책위원회 등이 지적했듯이, 환경영향평가 협의 및 절대보전지역 해제 이전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승인, 탈법적인 절대보전지역 해제, 밥먹듯 이뤄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이행 등 불·탈법적인 행태들도 현 정부의 작품이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해군기지가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 편입으로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협할 위험성에 대해선 귀를 막고 공권력을 동원해 반대운동을 탄압하며 천혜의 환경을 파괴하는 것도 현 정부다.

6년째 이어지는 해군기지 싸움으로 강정마을 공동체는 철저하게 유린됐고, 해군기지 공사 반대자들에 대한 연행과 사법처리가 끊이지 않는 등 사실상 계엄령하에 처했다. 보호해야할 국민들을 억압하고, 명백하게 드러난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국가안보 논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 이 대통령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국격인가.

‘답’은 해경부두 기항지 활용
강정항을 약속한대로 실질적인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만드는게 과잉투자라는 김 총리의 얘기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화순항에 7000억원이 투입되는 해경전용부두 시설 사업이 추진중이고, 제주항 해경전용부두도 크게 확장될 예정인데 굳이 1조원 가까이 투자하며 대규모 해군기지를 만들어 동아시아 신냉전의 중심으로 몰아넣는 것이 과잉투자, 과잉안보라는 얘기다.

해군기지 명분인 제주도 남방 해상교통로 보호 등은 기본적으로 해경의 업무다. 해양자원을 외교적 협상이 아닌 군사력으로 확보하겠다는 발상도 위험천만하다. 본란에서 거듭 강조했듯이 ‘답’은 화순·제주 해경전용부두를 필요할때 해군 기항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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