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창희 / ETRI 사업화본부장

▲ 현창희

지난 9일 KT가 최근 스마트TV 출시로 인기몰이에 여념이 없는 가전사들을 대상으로 ‘다수 인터넷 이용자 보호 및 시장질서 왜곡 방지를 위해 인터넷망을 무단 사용하는 스마트TV에 대한 접속제한 조치를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거실을 점령하기 위해 오랫동안 경쟁해 왔던 가전사와 통신서비스 사업자간 갈등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통신서비스 사업자란 전화와 같은 음성서비스나 인터넷 등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네트워크 설비(예를 들면, 전화선 등 유선설비와 주파수자원의 이용을 위한 무선설비 및 이들을 상호 연결하는 장치를 포함)를 보유하고 가입자간에 유무선 및 데이터 연결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접속’이란 독점적이었던 통신서비스 시장에 통신서비스 품질 제고와 이용요금 인하를 목표로 경쟁이 도입되면서 발생한 개념이다. 독점 시장에서는 한 사업자가 모든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접속은 발생하지만 내부 정산문제만 발생한다. 그러나, 경쟁시장에서는 A사업자 가입자가 B사업자의 가입자와 연결하기를 원할 경우 발신자 → A → B → 수신자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사업자간에 망을 빌려 쓰는 형태가 발생하며, 이를 ‘상호 접속(相互接續)’이라 정의하고, 상호간에 망을 빌려 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접속료(接續料)라 한다. 유선망간 또는 무선망간의 접속은 동종(同種) 망간 접속, 유선망과 무선망 간의 접속은 이종(異種) 망간 접속이라 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망이나 사업자에 가입돼 있더라도 망간(網間)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접속료는 사업자들이 보유하는 네트워크 구축비용에 기반해 분당(分當) 원가를 산정하고, 그 원가에 기초해 정산하게 된다. 발신자가 속한 사업자는 가입자로부터 요금을 징수해 자사 가입자간 통화수익은 전액 매출로 귀속시키고, 다른 사업자의 가입자에 대한 통화량을 분으로 환산해 사업자별로 산정된 각각의 원가에 따라 접속료를 정산하는 절차를 거친다. 물론 이 비용들은 가입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에서 충당된다. 이러한 접속과 접속료 정산절차는 국제간의 통신서비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통신서비스 사업자간 상호접속의 경우는 상기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네트워크설비를 보유하지 못한 포털사업자, 콘텐츠 제공자의 경우에는 통신서비스 사업자와의 계약으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네트워크를 임대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접속문제와는 다른 별도의 계약이 성립된다. 임차 설비는 전적으로 임대받은 사업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전용회선(專用回線)이라 한다. 포털사업자나 콘텐츠 제공자는 전용회선을 통해 유통되는 트래픽 양에 따라 통신서비스 사업자와 계약을 갱신함으로써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 등 사용의 보편화로 무선데이터가 폭증하고 있고, 향후 비디오 데이터의 폭증으로 네트워크에 많은 부하를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네트워크 확충비용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가전사들은 이러한 접속형태와 다소 다른 패턴을 보인다. 과거 가전사들은 공중파를 통해 영상을 전송하는 TV를 제조해 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모델이었다. 그러나, 혁신적 기술발전은 고전적 TV에 인터넷 기능이 부가된 신개념의 TV를 등장시켰고, 이는 가전사가 최소한의 네트워크 설비로 동영상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가능하게 되면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즉, 가전사들은 통신서비스 사업자들로부터 임대받은 전용회선으로 자체 스마트TV 허브를 구축하고 인터넷 가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사의 스마트TV 허브에 접속하면 기 확보한 다양한 동영상물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애플이 아이튠즈를 통해 유통시키는 음원(音源)의 경우와 같이 경쟁시장에서 ‘선점자의 이득(first mover advantage)’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문제의 본질은 가전사들이 이러한 서비스로 스마트TV 판매를 촉진해 이득을 확대하는 반면 전용회선 임대료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트래픽을 유발하므로, 이 트래픽 처리를 위한 네트워크 확충 자금을 가전사들이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KT의 주장이다. 가전사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KT 인터넷 가입자들이므로, 인터넷 가입자와 계약관계가 없는 가전사가 별도의 추가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트래픽 유발에 대한 책임론과 트래픽 처리를 위한 네트워크 확충비용의 부담에 대한 양자간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결국 KT는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스마트TV 회선의 접속차단을 전격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 이슈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공통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이윤극대화 추구는 기업들의 당연한 속성이지만 글로벌화를 외치는 기업들이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외면으로 기업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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