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데 이어 우근민 도지사 사퇴와 제주도의회 행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내 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9일 7대경관 투표 행정전화비와 표준계약서 등 도의회 보고 내용이 ‘대도민,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시인한 것’이라며 “우 지사는 거짓말, 세금낭비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도의회는 행정조사권을 발동할 것을 촉구했다.

문제가 이처럼 확산된 것은 무엇보다 7대경관 선정 투표에 동원령을 방불케하듯 ‘올 인’했던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범국민추진위원회 등이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해명 대신 우기기와 말바꾸기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본보를 포함한 일부언론과 도민·국민들의 맹목적인 7대경관 투표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걱정에 귀를 기울이고 드러난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더라면 이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로 드러난 의혹들
도의회에서 공개된 ‘7대경관 참여 표준계약서’를 보면 계약당사자가 N7W재단 이사장 버나드 웨버가 개인적으로 설립한 사기업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과 공식지원단인 제주관광공사로 돼있다. 버나드 웨버 스스로 밝혔듯이, 도와 도관광공사·범국민추진위 등이 국제적인 공신력 운운했던 N7W재단은 7대경관과 관계가 없고 영리사기업 NOWC가 주최·주관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7대경관 표준계약서에는 ‘7대경관사업은 NOWC가 유일한 법적 대표이며, 전세계에 걸친 독점적 권리 소유자’로 명시돼 있다. 7대경관 최종후보지가 될 경우 NOWC의 순방여행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원을 하고 선정이 되면 다큐멘터리 제작과 박물관 전시물 제공, 기타 NOWC가 수시로 연락하는 활동들을 지원해야 한다.

더욱이 ‘NOWC는 언제라도 최종 후보지, 선정지의 지위를 중지·철회·변경할 권리를 갖는바, 계약서 조항 불이행도 그 사유가 될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조항이다.

연간 6300억~1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7대경관 선정효과도 검증할만한 객관적 근거도 없이 지난 2007년 NOWC가 벌였던 ‘세계 신 7대불가사의’ 선정지역 관광객이 몇% 늘었다는 식의 주장을 근거로 추산한 것에 불과해 믿을게 못된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까지 앞세운 7대경관 선정은 사기업의 돈벌이 이벤트에 들러리를 선 것밖에 안된다는데 무게가 실리게 된다.

7대경관 투표 행정전화비가 211억원밖에 안된다는 것도 의문이 있지만, 도의회와 사전협의도 없이 제멋대로 예비비로 낸 것은 도의회와 도민들을 경시하는 처사다. 지난해 도의회 추경예산 심의에서 행정전화 요금이 20% 삭감됐음에도 천재지변 등 예측할수 없는 예산외의 지출이나 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한 예비비로 7대경관 전화투표 요금을 냈다는 것이다.

KT가 NOWC와 맺은 계약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치는 않지만 행정전화비와 도민·국민·해외동포 등의 투표 전화 요금의 절반정도는 NOWC가 수익으로 챙기게 될것이다. 5년에 걸쳐 분납해야 할 66억원을 포함한 행정전화비 211억원에 기관·단체·도민들로부터 거둬들인 투표기탁금 56억7000만원, 홍보비 등 경상예산 45억9000만원 등 드러난 7대경관 선정 비용만 313억원을 넘는다. 도가 앞으로 7대경관 후속사업 등에 만만치않은 예산을 쏟아붓는 것을 도민들은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만세 부른 사람들, 어디에…
7대경관 문제로 인한 의혹과 갈등의 확산을 막으려면 일을 저지른 쪽에서 해결하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사과·책임과 함께 제주를 비롯한 28개 최종후보지의 실제 투표수와 NOWC와 KT가 가져갈 이익, NOWC와 이면계약이 있다면 그 내용 등 남은 의혹들에 대해 도민·국민들이 납득할수 있게 명쾌하게 해명하고 털고 가야 한다.

제주의 현역 국회의원들과 도의회 등 7대경관 투표에 동참해 선정 때 만세를 불렀던 인사들도 이러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7대경관 ‘사태’를 제주사회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기 위한 ‘키 워드’는 진정성 있는 소통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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