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대수 / 남서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장

▲ 장대수

우리 나라의 어류 생산량은 연간 약 100만t 정도이며 그 중 고등어·멸치·오징어 등 3개 어류의 생산량이 절반을 넘는다. 우리나라 대표적 생선 중 하나인 고등어는 연간 15∼18만t 정도 어획되는데 2011년과 2010년에는 이상 저수온 현상으로 인해 약 10만t 내외로 어획이 부진했다.

고등어만큼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즐겨먹은 생선도 드물다. 동국여지승람(東國與池勝覽)에는 무려 450년 전부터 고등어를 영양 식품으로 상식하는 한편 어업을 영위해 왔다고 기록돼 있다. 이토록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이름도 각양 각색이다. 고등어(高登魚)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체형 탓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산어보에는 복부에 반점이 있는 것은 배학어(拜學魚), 없는 것은 벽문어(碧紋魚)라고 구분했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모습이 칼을 닮았다 해서 고도어(古刀魚)로 불렀으며, 재물보(才物譜)는 고도어(古道魚)라고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마사바(マサバ)로 부르고, 중국에서는 타이위 또는 타이바위, 칭화위(靑花魚)로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작은 고등어를 ‘고도리’라고 부르고, 시골에서 노인들은 ‘고등애’라고도 부른다. 약 30년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는 젓갈을 담아 이용하기도 했다. ‘목적을 위해 떳떳치 못한 방법으로 하는 교섭행위’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사바사바’라는 우리말도 고등어를 뜻하는 일본말 ‘사바’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농어목에 속하는 고등어는 몸길이 40㎝ 정도로 등 쪽은 녹색이며 검은색 물결 무늬가 옆줄까지 분포돼 있고 배 쪽은 은백색이며 반점이 없는 것(고등어)과 있는 것(망치고등어)이 있다. 전 세계 아열대 및 온대 해역으로 연안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대륙붕 해역에 분포하며 빛을 좋아하는 ‘추광성’과 무리를 지어 사는 ‘군집성’을 갖고 있다. 요즘은 북유럽에서 어획된 것도 수입되는데 우리나라 고등어에 비해 줄무늬가 선명한 것이 구별하는데 키 포인트다. 고등어를 비롯한 회유성 어종은 등이 푸르고 배 쪽은 은백색을 띠고 있는데, 이는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 바닷물 색깔과 비슷해 새들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고 물 속 아래에서 보면 태양 빛의 영향으로 복부가 잘 보이지 않아 밑쪽에 사는 큰 물고기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즉,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호색인 것이다.

고등어는 흔히 ‘바다의 보리’로 불리는데, 이는 보리처럼 영양가가 높으면서도 값이 싸서 서민들에게 친근한 생선이기 때문이다. 고등어는 낚아 올리는 즉시 죽고, 죽자마자 붉은살(혈합육, 血合肉)부분의 부패가 빠르게 일어난다. 고등어가 죽으면 붉은살(血合肉)에 함유된 히스티딘(histidine)이 히스타민(histamine)으로 바뀌는데 이 물질은 인체에 들어가면 두드러기와 복통, 구토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선도에 주의해야 한다. 고등어는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가장 맛이 좋아 ‘가을 배와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다.

고등어에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수많은 기능성 물질들이 들어있는데 동맥경화와 심근경색을 예방하고 혈관을 부드럽게 해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EPA는 100g당 1210㎎,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DHA는 1780㎎이나 포함돼 있다. 또 항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 E도 1.8㎎ 들어 있고, 꼬리 부근의 껍질과 살코기에는 피부를 아름답게 해주는 비타민 B₂가 다량 들어있다. 제주도 남쪽 어장은 고등어의 월동장이다. 올해는 저수온 현상이 사라지고 제주도 주변바다에 고등어 어장이 풍성해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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