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피라미드식 학교폭력 사례는 매우 충격적이다. 중학교 2학년생 40여명이 짧게는 몇달, 길게는 2년에 걸쳐 3학년 선배 5명에게 매일 1000~2000원씩 돈을 뜯겼으며, 이 돈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네 선배 6명에게 상납되고, 이들은 다시 고교 선배인 20대들에게 상납해 왔다는 것이다.

피해학생들은 선배들에게 점퍼·운동화 등을 빼앗기기도 했으며, 중3학생들은 돈을 제대로 걷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러한 ‘상납 피라미드’의 중간에 있는 중3학생들과 고교생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함에 따라 20대 8명에 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낼 계획이다.

이 사례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성인으로 연결되는 폭력의 고리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본다. 그럼에도 제주도교육청의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은 실상을 축소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구호성 대책을 내놓는게 고작인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일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도내 학교 ‘일진’ 유무에 대한 질문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파악하진 못했다”는 도교육청 부교육감의 답변이 그러하다. 지난 2006~2010년 전국 시·도 경찰청에 접수된 ‘일진’ 피해 신고가 857건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도교육청이 54건에 가해학생이 128명이라고 밝힌 지난해 학교폭력 발생현황도 제주경찰청이 밝힌 314명에 턱없이 못미친다. 2009년과 2010년 가해학생 수도 도교육청은 각각 179명·117명, 제주경찰청은 463명·382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교폭력이 양적으로는 감소추세지만 질적으로 흉포화되고 있고, 가해학생들이 저연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제주경찰청의 분석을 감안할때 학교폭력 제로만들기 기반조성과 예방교육 등 도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응법은 너무 느긋한 감이 없지 않다. 학교폭력은 덮는게 능사가 아니다. 경찰 등 유관기관들과 공조를 통해 학교폭력 실태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고 현실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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