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희 기자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손등에 작은 상처가 났다. 아물게 둬야하는데 딱지 앉은 걸 기어코 떼어냈다. 며칠이 지나 손등을 보니, 원래의 상처보다 커져 있다. 처음엔 없던 불그스레한 자국도 선명하다. 상처가 날 때마다 되풀이하는 바보짓이다.

강정 주민들의 지친 숨소리가 제주를 가득 채운다. 곳곳에 포진된 경찰, 높은 펜스와 해군은 쓰러질 듯 휘청대는 그들의 등을 사정없이 밀친다. 해를 다섯 번 넘기니 밭일, 바닷일 뿐 모르던 주민들이 유치장을 넘나든다. 오만가지 걱정과 한숨이 그들의 숨을 누른다. 마을 골목에는 별날 것 없던 “어드레 감수광” 인사가 사라지고 온 종일 공권력의 매연이 분주하다. 우울이 파도처럼 마을을 뒤덮었다. 그럼에도 넘어질 틈 없이, 숨 돌릴 틈 없이 그저 목이 터져라 싸울 수밖에 없다. 마을 곳곳, 마음 곳곳, 아리게 들어난 상처들 돌볼 새도 없다. 눈 돌리는 잠깐 사이, 권력의 힘이 마을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는지 이미 몇 번이고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정은 더 안간힘이다.

배신감은 분노 중에도 더한 분노다. 굳게 믿어 생각할 일 조차 없던 그들이 모든 것을 헤쳐놨을 때, 사람들은 분노해 왔다. 역사는 하나같이 권력을 믿고 국민과 시민을 배신한 그들의 요령을 고발해 왔다. 그들은 스스로 거울을 보지 않는다. 그러니 그 꼴을 낱낱이 기억할 사람들의 눈이 무섭지가 않다. 착각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드러난 상처는 콘크리트로 붓고, 자꾸 삐져나오는 고름은 창살에 가둬 협박한다. 낙후한 의식을 믿고 저지른 죄가 훗날 자신들의 등을 어떻게 되돌아 칠지 그들은 상상하지 못 한다. 하여 그날이 오더라도 그들은 분노할 수 없다. 스스로 등을 쳤기 때문이다.

날마다 비극이다. 강정은, 품안의 바다만한 눈물을 흘렸다. 상처가 얼마나 깊을지, 치유를 할 수나 있을지 감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언제나 그래왔듯 결론에 가서는 후회와 반성만 남을 바보짓들이 하루빨리 강정을 떠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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