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외갓집’ 쇼핑몰 구축 4년째 회원수 15배 증가
안정적 유통 판로 확보…사회적기업으로 육성 계획

      <이 마을에 일이 벌어지고 있다> 2. 무릉2리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무릉도원’이라고 부른다. 무릉2리는 청정자연환경을 비롯해 ‘범죄없는 마을’로 지정됐을 정도로 살기 좋고 인심 좋은 마을이니 무릉도원이라는 별칭이 손색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무릉2리의 제철 농산물을 매달 받아볼 수 있는 인터넷쇼핑몰의 회원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회원수가 증가하는 만큼 무릉2리 주민들의 희망도 커지고 있다.



외갓집에서 보내오는 듯한 농산물을 도시민들이 받아보게 하겠다는 계획으로 설립된 ‘무릉외갓집’은 지난 2009년 구축됐다. 연간 39만8000원의 회비를 납부하면 매달 무릉2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받아볼 수 있다. 감귤을 비롯해, 감자·쪽파·마늘·양파·무말랭이·보리쌀·참깨·고구마·브로콜리·땅콩 등 다양한 농산물로 구성된다. 대부분 무릉2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이지만 간혹 마을에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의 경우 도내 다른 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바다가 없는 마을의 특성상 수산물은 수협과 계약해 보내주고 있다.

무릉외갓집이 탄생에는 벤타코리아의 도움이 무엇보다 컸다. 무릉2리는 ‘1사1촌 결연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공기청정기 업체인 벤타코리아와 인연을 맺었고, 벤타코리아는 일회적인 도움보다는 지속적인 마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쇼핑몰을 구축해 준 것이다.

고영필 무릉2리장은 “처음에는 다른 마을들이 대기업과 결연을 맺은 것과 달리 우리 마을은 이름도 들어본적 없는 중소기업과 결연이 맺어진 것에 서운함도 있었다”며 “하지만 대기업과 결연을 맺은 마을들이 놀이공원에 놀러가고, 어쩌다 한번씩 정기건강검진을 받는 것에 비해 우리 마을은 장기적으로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던 것에 오히려 고마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 고영필 무릉2리장.

쇼핑몰 운영의 시작은 30여명의 회원에 불과했다. 대부분 벤타코리아의 직원들이었다. 운영초기 어려움도 많았다. 거봉포도를 택배로 발송한 결과 포도알이 모두 떨어져 항의를 받으면서 새로운 농산물을 다시 배송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농산물 포장 경험이나 유통방식에 대한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쇼핑몰 운영 초기의 재가입률이 30%에 불과해 성공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족에게 농산물을 보내준다는 생각으로 더 좋은 농산물을 보내기 위해 애썼고, 이후 꾸준한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회원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30여명으로 출발했던 회원수가 올해는 450여명으로 늘었다. 재가입률도 7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장기적인 회원수 증가에 희망이 보이고 있다.

고 이장은 “올해안에 회원수를 10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회원수를 1만명 이상 확보하게 되면 무릉2리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을 회원제 시스템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자체적인 유통 판로를 확보한 것은 무엇보다 큰 성과다. 고 이장은 “농협·공판장을 통해 거래를 하다 보면 농민들이 적정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무릉외갓집은 마을 주민들에게 시장에 형성된 시세 이상으로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농조합법인으로 설립된 무릉외갓집의 이익금은 대부분 마을 발전을 위해 재투자되고 있다. 대표자인 고영필 이장을 비롯해 이사들도 별도의 급여를 받지 않는다. 무릉외갓집의 유급직원은 단 1명뿐이다. 일손이 필요할 때면 마을주민 누구나 와서 돕는다. 주민들은 무릉외갓집은 특정인이 아닌 마을 주민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고 이장은 “앞으로 무릉외갓집을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해 더 많은 마을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며 “마을주민 모두가 잘사는 마을, 일자리가 많은 마을로 발전시켜 활력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무릉외갓집 홈페이지 갭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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