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제주본부 연구논문… ‘비용 비효율’ 상태 지속

합병·컨소시엄 구성 등 저비용·적정규모화 필요

[제주도민일보 김성진 기자] 제주 관광수요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규모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제주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를 낳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대부분의 도내 관광관련 영세업체들이 비용 비효율적인 영업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관광수요가 급감할 경우 제주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이와 함께 제주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고비용 산업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이 같은 진단 및 정책제안은 한국은행이 5일 발간한 ‘지역전문가와의 공동연구 논문집’에 수록된 ‘제주 관광산업의 역내경쟁 현황 및 시사점’이란 주제논문을 통해 제기됐다.

총 45쪽 분량의 이번 연구에는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와 윤대혁 한은제주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이병희 한은조사국 산업분석팀 차장 등이 참여했다.

#영세업체 난립 따른 과당경쟁 우려

연구논문에 따르면 제주 관광산업이 지난 2009년과 2010년 각각 전년 동기대비 12.1%, 16.2%의 높은 내도 관광객 증가율을 보이며 호황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호황이 제주 관광산업의 경쟁력 증대에 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외부여건에 따른 수요급증에 의한 것인 만큼 외부여건이 변할 경우 그 수요는 언제든지 급감할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소규모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관광서비스의 품질 저하 및 이로 인한 제주 관광산업의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여행업의 경우 업체수가 크게 늘어나 업체당 매출액이 지난 2008년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숙박업도 일부 대형 호텔 및 콘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소형 업체들이 지속적인 매출액 감소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관업의 경우에는 폐업률이 약 52%(2010년 기준)에 달하는 등 영업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렌터카 및 전세버스업 등 운송업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특히 렌터카업은 최근 업체 간 과당경쟁이 더욱 심화돼 영세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용 비효율상태 더욱 악화

도내 여행업과 숙박업, 운송업 등 3개 업종을 대상으로 생산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소규모 영세업체 상당수가 비효율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여행업과 운송업에 있어서는 2009년 들어 비용 비효율의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제주 관광수요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도내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비용 비효율적인 상태에서 힘들게 영업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실증분석을 통해 입증됐다.

이로 인해 앞으로 제주 관광수요가 급감할 경우 산업전체가 취약성을 드러내며 제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 연구자들은 밝혔다.

그런 만큼 제주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영세 관광업체들의 규모를 최소 효율규모 수준으로 키우는 한편, 업체 간 저가경쟁을 자제함으로써 고비용의 산업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체간 합병·컨소시엄 유도 필요

업종별 정책방안으로는 우선 여행업의 경우 소형 여행사간 합병 또는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정책지원 등을 통해 적정규모로의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와 함께 장기간 영업실적이 없는 불량업체에 대해서는 퇴출을 명해 업체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행사 등급제 및 여행상품 인증제 강화 등을 통해 저가·저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대한 시장퇴출을 유도, 여행업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숙박업과 관련해서는 규모가 영세한 모텔 및 여관 등에 대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체험형 개별 관광객 및 외국인 관광객을 주 수요층으로 설정해 게스트하우스 또는 유스호스텔로의 업종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이들 업체 간의 공동브랜드 도입 및 체인화 추진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적정규모로의 확대를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렌터카업의 경우에도 영세업체간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공동으로 차고지를 운영하고 차량을 관리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시행중인 가격고시제를 보다 강화해 소모적인 업체 간 가격경쟁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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