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호 기자

“정초부터 외박이야···”
2012년 해맞이 행사를 위해 집밖으로 나서는 나에게 아내는 농담섞인 투정을 한다. 올해로 벌써 아홉번째.

금연, 건강, 사랑, 취직, 당선(?). 졸린 눈을 비벼가며 저마다 새로운 다짐과 소망을 빌며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기자생활 10년차로 접어든 나에게 새해 맞이는 또 다른 ‘행사’일뿐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매년 성산일출봉에서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기사를 마감한 후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쓰러져버리는 그냥 ‘피곤한 날’이었다.

이른 새벽 컴컴한 평화로를 달려 강정마을로 향했다. 새벽 칼바람이 나를 반겨준다. 두터운 점퍼로 중무장을 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축제분위기인 여느 해맞이 행사장과는 달리 경찰들이 길목마다 지키고 서 있는 강정포구는 을씨년스러웠다.

이른 새벽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은 강정포구 방파제 끝으로 모여든다. 꽤 많은 주민과 평화운동가들, 도민들이 모였다. ‘해군기지 반대’를 적은 노란 깃발아래 모인 사람들은 평화를 염원하며 100배를 마친 상황. 바람은 세차게 불었지만 파도는 의외로 잔잔했다. 날이 밝아오자 멀리 구럼비가 보인다. 용을 닮은 구럼비. 마을주민들은 구럼비가 보이는 방파제끝에서 제를 올리고 임진년(壬辰年) 새해에는 강정의 평화가 다시 오기를 기원해 본다.

그래도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새해를 맞아 마을주민들에겐 큰 힘이 됐다.
“우리는 할 수 있다”“질긴 놈이 이긴다”고 수년째 구호를 외치는 강정주민들. 마을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벌써 5년째 질기고 질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도 했으면 알아들을 만도 한데 질기게 공사를 밀어붙이는 해군이나, 질기게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도정도 만만치 않게 질긴 사람들이다.

기사를 마감하고 돌아오는 길, 컵라면 한그릇으로 한기를 달래다 문득 새해 다짐을 해본다. “올해는 이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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