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익기자

교수신문은 최근 올해의 한자성어로 ‘엄이도종’을 채택했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이 말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진나라 범무자의 후손이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백성 중 한 명이 종을 훔치려고 맘을 먹고, 종이 너무 커서 못 옮기게 되자 종을 깨서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망치로 종을 치니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고, 이를 누가 들을까봐 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깼다는 일화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해 지난 13일 박찬석 해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과 정인양 해군기지단장이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우 지사는 “제주해군기지문제는 워낙 복잡한 내용이라 잘못하면 싸움이 날 수 있다”며 “공사과정에서 법을 지키면서 할 수 있도록 도와 해군이 같이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국책사업인 만큼 일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충분히 설명하고 호소하면서 원만히 마무리 되도록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우 지사의 발언 중 ‘일부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영 게운치가 않다. 당초 해군기지는 전체 강정주민 1900여명 중에 고작 80여명이 참석한 마을총회에서 결정됐다.

그리고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치러진 마을투표에서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었다.

최근에는 도의회와 천주교가 해군기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도민들이 과연 일부지 과반수 이상 인지를 알아봐야 하지만 정부와 제주도정은 주민투표를 거부하고 있다.

4년 반이 넘는 세월동안 해군기지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주장을 ‘일부’라는 단어를 써까며 애써 외면하는 우근민 도정이 자신에게만 안들리면 다 안들리는 줄 알고 종을 깨서 훔치려는 도둑과 뭐가 다른가? 도민들은 종 깨지는 소리를 다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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