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길홍 기자

벌써 일년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제주의료원·우성아파트·도립무용단 노동자들이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거리로 나왔던 노동자들은 여름이 시작될 무렵 농성을 마쳤다.

그러나 이후에도 도내 노동조합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도청 앞 천막농성은 제주도 노조탄압 실태의 일부분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천막농성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 2월 여미지식물원에서는 파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노동자 2명이 징계해고를 당했다. 이들은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달 동서교통 노조는 회사에 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5개월만에 제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그들은 수개월째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현실을 견디지 못했다.

지난 9월에는 이시돌목장 노조가 노조탄압에 항의하는 전면파업에 들어갔지만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다. 이들은 2주만에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들 역시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아예 회사를 그만두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여미지식물원에서 또다시 2명의 노동자가 징계해고를 당했다. 비닐하우스에 일하던 2명의 여성노동자는 추운겨울 수도가 얼자 눈으로 라면을 끓여먹으면서도 회사에 불평한마디 못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5분 일찍 퇴근한 것을 빌미로 징계해고를 결정했다. 이들은 더 이상 회사와 싸울 힘이 없어 구제신청도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만났던 그녀들은 “노조가 있었기 때문에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복직할 수 있었다”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노조의 필요성을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전국의 ‘희망버스’를 부산의 한진중공업으로 향하게 만들었던 김진숙 지도위원은 최근 한 특강에서 “다음 희망버스를 내가 운전한다면 쌍용차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주도에도 희망버스가 달려오면 해고된 노동자가 복직될 수 있을까? 희망버스가 오기전에는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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