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 오석준

어느덧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국가들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신묘년(辛卯年) 토끼해도 여느해처럼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기억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갑니다.
1주일만 지나면 다가올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엔 우리가 사는 이땅 대한민국 제주에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과 설레임이 교차합니다.

2011년 대한민국 사회 최대 화두는 역시 ‘안철수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경제 하나 믿고 선택한 이명박 정권이 토건개발로 무장한 친재벌·부자·기득권 정권임음을 깨달은 국민들의 ‘학습효과’가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을 가져온 민심의 원천인 것이지요. ‘1%’ 대 ‘99%’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속에 중산층이 무너지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실업난 등으로 먹고살기조차 힘든 서민들의 분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강행처리 등 극심한 ‘불통’이 이명박 정권에 등을 돌리게 한 것입니다.

‘안철수 현상’의 ‘키워드’는 공정성과 공평성, 소통과 공감, 그리고 생활정치가 아닌가 합니다. 기업경영을 통해 참여·분배의 균등과 이익의 사회환원을 실천하는 등 공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삶, 참신한 이미지와 비전이 새로운 정치,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맞닿았다는 것이지요. 삶의 현장에서 기회와 경쟁의 공정성, 분배와 재분배의 공평성, 폭넓은 참여민주주의 등의 가치들을 작동하게해서 1% 기득권층이 독점한 부와 권력을 99%의 국민들이 골고루 누릴수 있게 해달라는 주문인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내거는 한편 민주당은 혁신과 통합의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 등과 민주통합당으로,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가 통합진보당으로 뭉치는 등 정치권의 변화도 ‘안철수 현상’에 따른 위기의식이 작동한 결과이겠지요. 이는 거스를수 없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멈췄던,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시민권력의 시대’를 향한 역사의 시계추가 다시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는 얘깁니다.

반면, 동북아 교류협력의 거점 국제자유도시이자 세계평화의 섬을 꿈꾸는 특별자치도 제주는 국방부와 해군이 쳐놓은 해군기지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빙자한 해군의 몸집불리기 욕심 때문에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협하게 될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를 넘어 전국으로, 국제적으로 확산됐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4·3이후 처음으로 육지 공권력을 투입하며 평화와 상생, 인권과 환경의 가치를 지키려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평화활동가들을 사법처리하고 벌금폭탄을 쏟아붓는 폭력적인 수단으로 대응했습니다.

‘윈 윈 해법’을 내세웠던 ‘우근민 도정’과 제주출신 국회의원, 도의회 등은 도민들의 안전조차 지켜주지 못한채 속수무책일 뿐이었지요. 그나마 강정항을 민군복합형 기항지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도 아닌 군함용으로 설계한 해군의 ‘꼼수’가 확인되면서 구럼비바위 본발파를 비롯한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돼 잠시 숨을 고르는 형국 입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은 또 어떻습니까. 국제연합(UN)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공신력이 의심스러운 정체모를 재단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없는 상업적 이벤트에 투표성금 기탁이라는 이름으로 도민들에게 ‘준조세’까지 거둬들이면서 ‘올 인’해서 선정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확정 절차는 왜그리 복잡하며, 전화요금 납부 여부와는 어떤 상관이 있으며, 투표전화는 국제전화인지 국내전화인지, KT와는 어떤 말못할 속사정이 있는지, 공식 인증서 수여식 개최를 전제조건으로 이메일로 확정사실을 귀띔해 주는건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아리송한 대목들이 넘쳐납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1조몇천억원인가하는 검증되지 않은 경제효과가 ‘아니올시다’로 판명날때 빚어질 도민적 상실감이며 제반 문제들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거냐는 것이지요.

제주와 도민들이 먹고 살아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사업비를 잘라내서 지역구 ‘동네예산’으로 나눠먹고, 도의 보조금을 받아서 제대로 정산도 하지않고 태반을 ‘날로먹는’ 이른바 유력 지역언론사들의 행사예산과 잘나가는 단체들의 예산을 ‘도로 증액’하는 도의원 ‘나리’들을 비롯한 토호(土豪)들의 행진도 멈출줄을 모릅니다.

그래도 신묘년을 맞으며 소망했던, 공정하고 투명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 넘치는 제주사회, 소통하고 화합하는 제주공동체의 꿈을 놓을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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