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증가 등 부작용···게임중독 해결 '감감'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자정부터 다음날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이용을 전면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지난 20일 시행 한달을 맞았다.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는 청소년들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게임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 청소년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심야시간대에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나친 규제로 오히려 청소년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셧다운제로 인해 실제로 부모 등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차단할만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 고모씨(41)는 “청소년들이 자주 즐기는 스타크래프트 등 일부 CD 게임 등은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셧다운제가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는 지금도 게임 사용시간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PC방 업주 최모씨(29)는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을 수 있는 직접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에게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제주시 도남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강모군(11)은 “셧다운제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19세 이상 등급의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애초부터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로 가입을 해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게임을 즐기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중학생 김모군(15)은 “우리나라의 대부분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6시에 일어나고 학원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11시가 넘는다”며 “막말로 그 시간에 나가서 축구나 농구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뺏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가족부 국민참여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하는 민원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에는 청소년인권행동 단체인 ‘아수나로’가 셧다운제 시행 한달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인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수나로는 “1인 시위를 통해 셧다운제도의 시행목적인 ‘게임중독 예방’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며 “청소년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경쟁적 교육환경과 황폐한 사회의 삶은 개선하지 않은 채 청소년을 규제하기만 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청소년인권에 대한 무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성부는 내년 1월31일까지 셧다운제 계도기간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계도 기간이 끝나는 2월부터는 위반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처벌 등이 이뤄질 방침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게임 이용시 타인 명의를 도용하는 것은 셧다운제 시행 이전부터 계속해서 나타났던 문제"라며 "내년 1월부터 게임사이트 가입시 본인인증을 강화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사례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많은 학부모들이 셧다운제를 찬성하고 있다"며 "시행중 나타나는 문제들에 있어서는 아직 시행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세부적인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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